용어 차이 해소… 보건의료 동질성 추구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반세기 이상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되면서 의료 격차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진료형태는 물론 의료체제, 의료문화, 의료용어까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남북한의 언어적 격차를 없애는 ‘남북공동의학사전’을 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통일의학센터 박상민 교수는 11일 열린 ‘통일의학센터 개소식 및 창립 심포지엄’에서 “남한은 북한에서 사용하지 않는 의학용어를 사용해 북한의사들이 언어적 장벽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북한은 라틴어나 러시아어를 사용하지만 남한은 영어를 사용한다”며 “의사면허를 취득하는 과정뿐 아니라 면허를 취득한 후에도 용어 사용을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그는 발제문을 통해 남한과 북한의 의학용어 차이를 설명했다.

자료에 따르면 남한은 ‘배 아프다. (아픈 곳을 가리키며) 여기가 아프다’고 하지만 북한은 ‘간 아프다. 위가 아프다. 쓸개가 아프다’고 한다. 또 ‘차트’는 ‘깔따’로, ‘마약중독’은 ‘아이스중독, 얼음중독, 삥두중독’, ‘눈이 충혈된다’는 ‘눈이 피진다’라고 말한다.

그는 이 같은 언어적 차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공통 의학 서적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북한 의학전문가와 남한 의학전문가가 함께 모여 남북한 의학 서적을 편찬해야 한다”며 “양측의 입장을 공평하게 반영해 서로 이해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탈북자 출신 의사는 북한의사들이 용어적인 문제에 실제로 고충을 겪는다고 말했다.

2009년 11월 남한에 온 최희란 교수는 “북한의사들은 라틴어로 약을 처방하고 진단했다”며 “영어로 된 용어가 너무 생소하기 때문에 시험 준비를 하는 것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최 교수는 또 정부에서 의사출신 탈북자들이 공부할 수 있게 정착금 등 기본적인 조건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이탈주민은 하나원을 수료한 후 6개월이 지나면 정부에서 지원되는 정착금을 받지 못한다”며 “생계 문제로 시험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또 대학을 졸업한 후 일을 하면서 북한과 다른 체제의 시험공부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강대희 서울의대 학장이 기념사를, 박명규 통일평화연구원장이 좌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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