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조끼 착용 중국군 100여명 참가…부교 10여개
현지 주민 "올해 이전에도 2~3차례 목격"

(도쿄·단둥=연합뉴스) 북·중 접경 지역인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 압록강변에서 중국군이 도하 훈련을 하는 현장이 확인됐다.

중국 현지시간으로 12일 오후 4시. 압록강을 끼고 남북으로 길게 형성된 단둥시내 중심가에서 강변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7~8㎞가량 떨어진 강가에서 얼룩무늬 군복에 주황색 구명조끼를 착용한 중국군 100여명이 부교(浮橋)를 이용해 도하 훈련을 하고 있었다.

군인들은 6~7척의 소형 선박으로 길이 20~30m의 부교 10여개를 강 이쪽저쪽으로 이동시키며 유사시 인원과 장비가 강을 건널 수 있게 하는 임시교량 설치 훈련에 열중했다.

해당 지역은 중국 쪽 강가에서 강 건너 북한 신의주까지의 거리가 400~500m에 불과한 지점이다.

중국군의 훈련이 진행되던 시각에 강 맞은편 신의주 쪽 강가에는 정박 중인 북한 화물선 몇 척이 눈에 띌 뿐 별다른 인원이나 장비의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단둥 주민들은 예전에도 중국군의 압록강 도하 훈련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밝혔다.

한 주민은 "오늘 훈련은 오전부터 진행됐는데 올해 이전에도 중국군이 압록강에서 (오늘과) 같은 훈련을 하는 것을 2~3차례 봤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부교를 동원한 군인들의 압록강 도하 훈련은 대개 여름철에 실시된다"고 전했다.

훈련 지점을 지나는 왕복 2차로 강변도로에는 차량이 정차하거나 민간인이 접근하는 것을 막는 통제원들도 배치됐다.

중국은 지난 2003년 9월 무장경찰이 맡던 북·중 국경지대 경비를 정규군인 인민해방군으로 이관했다.

이듬해 7월 일본 언론들이 탈북지원단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압록강에서 중국군이 도하훈련을 했다고 보도하자 중국의 관영 언론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일본 매체 보도에 공식 논평을 하지 않았다.

북한과 국경을 맞댄 단둥은 중국 내 대북 교역의 최대 거점이면서도 탈북자 관련 문제 등으로 인해 북한 정세에 민감한 지역이다.

이번 훈련은 일반인이 차를 타고 지나면서 훈련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는 지역에서 시행된 데다 주기적으로 이뤄졌다는 주민들의 증언 등으로 미뤄 중국군의 통상적인 훈련으로 보인다.

서방 일각에서는 북한에 새로운 지도체제가 들어선 시점에 실시된 훈련의 목적이 유사시 북한 난민 대량 유출과 관련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최근 기사에서 "임시로 설치한 부교에서 벌이는 압록강 도하 훈련이 매년 6월 실시된다"고 보도하면서 북중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훈련은 북한의 유사시를 상정한 것이고, 만일의 사태가 벌어지면 중국군이 북한에 들어가 난민 유출을 막는 것이 목적"이라고 전했다.

북중 관계의 근간은 상대국이 공격받으면 군사 개입한다는 조항을 포함한 '중조(북중) 우호협력원조조약'이다. 이 조약은 중국과 북한 한쪽이 공격을 받아 전쟁 상태로 바뀌는 즉시 상대방에게 군사적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한국과 미국 간의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유사한 성격을 갖는다.

1992년 한중 수교 등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일부 학계와 외교가에서는 조약상의 군대 자동개입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중국은 아직 공식적으로 이 조항에 손을 대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북한과 중국 간의 우호조약은 상호 우호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조약으로, 그동안의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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