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대골 어린이도서관 김소영 관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성대골 어린이도서관 김소영 관장 인터뷰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도서관 실태조사차 방문한 서울시청 직원 한 분이 많은 도서관을 다녀봤지만 에너지 절약 때문에 이렇게 문을 활짝 열어놓은 도서관은 처음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서울시 동작구 상도3, 4동에 에너지 절약 실천 바람을 불러일으킨 성대골 어린이도서관 김소영 관장의 말이다.

옆에 도로가 있어 자동차 소리가 들려도 모든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는 것.

도서관임에도 에어컨을 트는 것보다 양말을 벗고 발을 닦은 뒤 상쾌한 기분으로 책을 읽으라고 권하는 곳이 바로 성대골 어린이도서관이다.

김 관장은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기후변화로 지금보다 이상기후가 많이 나타날 것”이라면서 “미래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참을성을 길러주는 것도 중요한데 요즘 엄마들은 실내온도를 일일이 맞춰주는 등 아이를 떠받드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더우면 쉽게 무기력해지거나 짜증내는 아이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희망동네와 서울시 동작구 상도 3, 4동 지역주민의 모금을 통해 지난 2010년 개관한 이 도서관은 회원을 대상으로 ‘착한 에너지지킴이’ 모임을 구성, 지역주민의 에너지 절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 서울시와 인근 마을에도 모범이 되고 있다.

최근 시가 추진하는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이나 ‘마을 공동체 에너지 절약’ 등의 개념도 이미 김 관장과 마을주민이 사용하던 용어다.

최근에는 성대골 절전소 프로젝트인 절전운동이 좋게 평가돼 시로부터 올해의 환경상 대상을 받았다.

성대골 절전소 프로젝트는 도서관 회원을 대상으로 각 가정의 전년도 대비 월별 전기사용량을 그래프로 표시하는 절전소 개념을 도입한 절전운동이다.

김 관장은 “어린이도서관 한쪽 벽에 그래프로 현황판을 붙여놓으니까 아이들이 부모보다 적극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한 동네에 살다보니까 학교에서나 길을 가다가도 얼마나 에너지를 절약했는지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가 아이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조성됐다”고 뿌듯해했다.

성대골 절전소 프로젝트의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에너지 절약 현황판을 통해 각 가정의 가정사(?)도 파악하게 됐다는 것.

“갑자기 전기사용량이 줄어든 집이 있어 전화를 해봤더니 아들이 입대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이 가정의 경우 자녀가 사용하는 전기량이 많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반대로 전기사용량이 늘어난 가정에 연락해봤더니 자녀가 사춘기라서 예전보다 자주 씻는다는 거예요. 즉 이 그래프에는 그 가정의 스토리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죠.”

김 관장은 작년 9월부터 이러한 활동과 함께 환경단체 전문가를 초빙해 마을 주민 대상으로 특강과 워크숍 참여 기회를 제공, 이들의 의식이 변화해 에너지 절약에 힘을 쏟을 수 있게 돕고 있다. 1년도 채 안 됐으나 그동안 마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가 생각하기에 가장 많은 변화가 있었던 사람들은 바로 주부다. 작년 9월 일본에 갔다 온 전문가로부터 후쿠시마 원전에 대한 심각성을 듣게 된 주부들은 하나둘 에너지 절약 실천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김 관장은 “지금은 냉장고나 세탁기를 사용하지 않는 주부도 있다. 이 주부들은 애들 앞날을 생각하면 내가 조금 불편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이러한 실천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현재 몇몇 주부들은 자신이 체득한 에너지 절약 방법 등을 전파하고 공유하기 위해서 인근 학교로 관련 특강을 하러 간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주부들이 환경 전문가가 아니라서 전문성이 떨어질지 몰라도 자식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실생활에서 깨닫고 체득한 방법과 소감을 전해주는 것인 만큼 대중이 듣기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는 주부와 환경단체 전문가가 조를 짜 구청 등 관공서부터 이러한 특강을 들을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에도 기후변화 등에 관심이 많았던 김 관장의 바람은 늘 한결같다. 일반 시민이 환경에 관심을 갖고 에너지절약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실천해나가는 것.

그는 마지막으로 한마디 던졌다.

“에너지절약 운동이 확대돼서 머지않아 원전 하나쯤이야 거뜬히 끌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마을 회원 모두 마을공동체 에너지 절약 운동을 확산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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