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 고조 음영(古調 吟詠)

김영석(1945~  )

천지는 무심히
철따라 꽃 피우고 눈 내리고
쉼 없이 일을 하지만
사람은 제 한 마음 바장이어
눈서리에 잎 지는 걸 바라보며
근심할 뿐 아무 일도 못하네
천지는 마음이 텅 비어
없는 듯이 있고
사람은 마음이 가득 차
있는 듯이 없네

내 마음은 진실로 나의 것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정 나의 것이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하는데, 마음은 그렇지를 못하다. 마음속으로 앞으로는 이런 일은 절대 하지 말아야지 다짐을 했다가도, 이내 마음과는 전혀 다르게 행동을 하는 일이 우리에게 허다하다. 이렇듯 마음과 행동이 서로 다르게 어긋나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마음속 ‘사사로움’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천지는 무심히 철따라 꽃 피우고 눈 내리고 쉼 없이 일을 하지만’ ‘사람은 제 한 마음 바장이어 눈서리에 잎 지는 걸 바라보며 근심할 뿐 아무 일도 못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 우주는 사사로움 없이 공변된 마음으로 ‘텅 비어 없는 듯 있지만’, 사람은 그 마음에 ‘사사로움’이 가득 차 결국 ‘있는 듯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늘도 우리는 다만 사사로운 마음 바장이며, 무심한 그 천지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을 뿐이로구나.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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