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여관 (사진제공: 문화유산국민신탁)

국민들의 힘으로 최근 복원 마쳐… 질곡의 세월 담긴 장소
카페ㆍ전시ㆍ숙박 등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일제강점기부터 6.25 동란, 보릿고개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어렵고도 아픈 질곡의 역사를 간직해온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 위치한 ‘옛 보성여관’이 최근 복원을 마쳤다.

우리 근현대사의 질곡을 견뎌내고 민초들의 삶의 기록을 간직하고 있는 이곳은 1930년대에 지어진 유일한 2층 건물이다. 전형적인 일본식 건물이긴 하지만, 근대건축사ㆍ생활사적 가치가 높이 평가돼 2004년 등록문화재(제132호)로 등록됐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크게 훼손되는 등 그 원형을 잃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2008년 문화재청과 문화유산국민신탁이 매입해 2009년 복원공사에 들어가 약 2년 만에 공사를 마쳐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게 됐다.

복원과 함께 새 단장을 마치고 지난 7일 개관식을 가짐으로써 세상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보성여관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먼저 국민들의 힘으로 복원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가치가 있다. 민간 기금으로 문화유산을 보존 관리하는 법인인 문화유산국민신탁은 2008년부터 보성여관의 관리를 맡아 복원을 진행했다.

문화재청과 보성군의 예산이 주 공사비용으로 사용됐지만, 3천명이 넘는 문화유산국민신탁 회원들의 기부금 역시 복원에 사용됐다. 여기에 신한카드 고객의 ‘카드 포인트’ 기부금, ㈜포드림의 보안시설 현물기부 등이 합해졌다. 문화를 사랑하는 국민들이 뭉쳐서 작은 힘이나마 한 데 모아 이뤄낸 결과인 셈이다.

다음으로는 과거 역사를 되돌아보는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복원의 의미가 있다. 보성여관이 있는 전남의 벌교는 일제강점기였던 1930~40년대에 꽤나 상업이 발달한 지역이었다. 해방 이후에도 여관으로 활발하게 이용된 보성여관은 비록 일본식 여관의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질곡의 세월을 보낸 우리 근현대사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은 “보성여관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보릿고개 등을 함께 겪은 건물로서 우리의 아픈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사람으로 치면 80세 노인인 셈”이라며 “그만큼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역사교육의 현장으로서 의미가 있다. 특히 청소년들에겐 새로운 자기 정체성을 알게 해주는 장소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이사장은 “건물 자체만 보존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앞으로 역사 체험과 교육적 장소로 유용하게 활용할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보성여관은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에 등장한 ‘남도여관’의 실제 모델이 됐던 장소라 독자나 문학인들의 성지로도 향후 각광받을 전망이다.

새 단장을 마친 보성여관 1층은 카페나 소극장 등 이벤트 공간과 벌교의 옛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공간으로, 2층은 다목적 커뮤니티 공간으로 사용된다. 기존에 여관으로 사용되던 공간은 숙박체험 장소로 활용, 올해 하반기부터 숙박객을 맞이할 예정이라 문화관광지로서 또한 이름을 알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 7일 개관식에는 김종규 이사장을 비롯해 소설 ‘태백산맥’의 조정래 작가, 영화 ‘태백산맥’의 임권택 감독, ‘태백산맥 문학관’의 건립에 참여한 김원 건축가, 이종상 화백 등 보성여관과 관련 있는 주요 인사가 참석해 힘찬 새 출발을 알렸다.

▲ 보성여관 내부 (사진제공: 문화유산국민신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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