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의약품 분류 방안’을 발표하면서 내년부터 사후 피임약을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게 됐다. 대신 사전 피임약은 병원의 처방을 받아 구입하도록 하는 등 식약청의 이번 발표에 각계각층에서 말들이 많다. 종전에는 이와 반대로 사전 피임약과 같은 경우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식양청의 이와 같은 발표에 종교계와 의료계가 반기를 들었다. 무분별한 성문화가 더욱 확대될 수 있으며, 이는 생명윤리에도 어긋난다는 의견과 의사의 처방 없이 진행되는 사후 피임약 복용은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이유다. 사후 피임약을 일반약으로 바꾼 이유로 관계 후 72시간 내에 먹어야 유효하고 한 번 먹는 약이며, 구토와 같은 부작용도 대부분 48시간 이내에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사전 피임약을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약으로 바꾸려는 이유에 대해서는 호르몬 함량은 낮지만 장기간 복용해야 하고, 혈전증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식약청의 발표로 의료계와 약사계, 종교계와 시민단체 등이 각기 입장을 표명하고 반기를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후 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을 반기는 여성계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성폭행 등으로 인한 원하지 않는 임신을 사전에 미리 차단할 수 있다는 것도 이와 같은 발표를 반기는 이유다. 물론 사후 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으로 인해 약물 오‧남용과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으며, 무분별한 성문화가 확산될 수도 있다. 청소년들에게 피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식약청의 발표를 두고 서로의 이해관계를 내세우거나, 무분별한 성문화가 확대될 수 있다, 생명윤리에 어긋난다 등의 주장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건전하고 건강한 성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교육이 먼저 수반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약물 오‧남용, 생명경시 풍조 등 잘못된 문화를 변화시키려는 교육이나 방책이 사전에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식양청 발표와 같은 일들이 일어날 때만 무조건 ‘안 된다’고 비난하는 것은 아무래도 그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말이지 건강하고 건전한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의 의식과 사고의 변화가 먼저라는 사실을 인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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