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유동성, 건전성 확보로 위기 대비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유럽발(發)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 미칠 타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6일 블룸버그통신과 신화통신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각)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오는 17일 치러질 그리스 2차 총선 이후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수개월 내 탈퇴할 가능성을 최소 33%로 점쳤다.

이는 그리스 정부가 이른바 ‘트로이카’에 해당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와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제시한 개혁 프로그램을 이행하지 않아 구제금융이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판단에서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의 40% 내외가 감소하고 유로존은 5000억 유로 이상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세계 금융시장과 수출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미국의 가장 큰 시장이 유럽인 만큼 유로존의 수요가 감소하면 중국 경제 성장에도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중국은 또 우리나라의 가장 큰 시장이기도 하다.

특히 유로존 국가 중 4번째로 경제규모가 큰 스페인이 유로존에서 탈퇴하게 되면 유로존은 내수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국내 수출 둔화는 시간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지난달 24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유럽경제 침체가 국내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EU의 수입이 20% 줄어들면 대유럽 수출은 138억 달러가 줄고, 30% 축소되면 208억 달러나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하반기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위기에 대한 불확실성과 내수 성장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경제성장률을 올릴 만한 여지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5일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2012년 경제전망 세미나’에서 “유로 국가들이 장기간 긴축 재정을 통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하반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며 “중국은 높은 지방정부 부채, 은행의 부실채권 증가 등으로 경기 둔화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그리스 탈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되고 트로이카가 구제금융을 중단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위기가 스페인은 물론 이탈리아, 포르투갈로 번져 제2의 그리스를 야기시킬 가능성을 감안해 외화 유동성 및 건전성을 정부가 확보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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