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이선영(사진=박선혜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두 번째 장편소설 ‘그 남자의 소설’ 출간

[천지일보=김성희 기자] 화창함에 눈이 부신 6월 첫날. 젊음의 거리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작가 이선영을 만났다. 일찌감치 약속장소에 나와 나무그늘의 시원함 아래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 그를 보고 있자니 호젓함마저 느껴지는 듯했다.

작가 이선영(43)은 지난 2009년 ‘천년의 침묵’이라는 장편소설로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제3회 뉴웨이브 문학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등단했다. 첫 작품 출간 당시만 해도 누군가 ‘작가님’이라고 부르면 화들짝 놀라곤 했다는 그는 두 번째 작품 ‘그 남자의 소설’을 세상에 내놓으며 ‘이제야 내가 글을 쓰는 사람이 됐구나!’ 싶었다고 말한다.

“출간 날 새벽 3시에 눈이 떠졌어요. 글을 쓰는 사람은 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 부족한 자식을 세상에 내놔야 하는구나. 그래도 이제 비로소 작가라고 불려도 덜 부끄럽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0여 년의 습작생 기간엔 줄곧 단편만 작업해온 작가는 첫 장편 출간 후 제대로 준비된 작품이 없었다. 하지만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단하고 나니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감은 파도처럼 밀려왔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 작품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에요. 천년의 침묵을 쓸 때 준비해놓은 작품이 없었어요. 그런데 큰 상을 받고 나니까 다음 작품을 빨리 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너무 만들어 내지 않았나 하는 자책이 있어요.” 하지만 열심히 했으니 다른 사람이 어떤 평을 하든지 만족한다고 말했다.

습작생 시절 아이들 수학을 가르치면서 첫 작품도 쓰게 됐다는 그는 첫 소설 작업 때 편집자가 자신에게 던진 한 마디에서 이번 작품의 모티브를 얻게 됐다고 한다.

“편집자가 저에게 ‘선생님이 쓰신 소설 있잖아요’라는 말을 했어요. 그때 속으로 ‘내가 쓴 소설도 작업하다 막히곤 하는데 다른 사람이 쓴 소설을 내가 쓴 것처럼 하면 기분이 어떨까?’ 이 생각에서 시작된 거죠.”

지금껏 소설에서 현실적인 출판 분야를 다룬 적이 없었기에 용기도 필요했다고 말하는 이선영 작가는 한편으로는 새로운 도전에 만족함도 느낀다고 했다.

작품 속에서 언뜻 작가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기자에게 그는 아직 소설에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두렵다고 한다.

“어떤 소설가들은 작품 속에 자신이 녹아있어요. 저는 아직 작품에 온전한 제 캐릭터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쓴 글이니 어딘가에 분산돼 있기는 하겠죠. 하지만 두려운 마음이 있어요. 언젠가는 저를 드러내야겠죠.”

두 번째 장편 소설 ‘그 남자의 소설’을 출간하며 이제 두 번째 걸음마를 뗐다고 말하는 그는 이제부터 작가 수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족한 사람인데 세 편의 장편을 쓰고 나니 너무 긁어내지 않았나 싶어요. 아직 문학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10여 년 동안 일반인으로 살았거든요. 그래서 당분간은 많이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려해요.”

마지막 순간까지 현역 작가이고 싶다는 그는 자신이 내세울 것은 성실함이라며 작가로서의 양식을 채우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단편에도 욕심은 있어요. 등단 후 단편을 쓸 기회가 없었는데 몇 편은 써야 하지 않을까요. 단편을 쓰면서 익힐 수 있는 기술이 있어요. 무뎌져 있으니 벼리는 작업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자신을 풋내기 작가라고 말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그는 ‘그 남자의 소설’을 통해 진정한 작가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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