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서울역 환승센터에서 처음으로 야간 흡연 단속이 실시된 가운데 한 흡연자가 단속 요원들에게 과태료를 부과받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신분증 제시자 드물어… 범죄자 취급에 ‘욱’해

[천지일보=이솜 기자] 흡연자가 발견됐다. 저쪽에서 파란 옷을 입은 단속반이 떴다. 단속 공무원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증거 남기기. 나중에 발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흡연자에게 다가가면서 담배를 물고 있는 사진을 디지털카메라로 여러 컷 찍더니 어느새 흡연자 얼굴을 앞에 두고 찍고 있다.

당황한 흡연자 A(남, 28)씨. A씨의 얼굴이 어그러지며 한마디 하려는 순간, 단속반이 먼저 “버스정류소에서 흡연을 했으니 국민건강증진법 제34조 제3항을 위반했으므로 신분증을 제시해달라”고 말했다.

당황한 A씨는 지갑을 집에 두고 와서 신분증 또한 없다고 말했다. 이에 주민등록번호를 부르라는 단속반. A씨는 멈칫하더니 자신의 주민등록번호를 부른다. 단속반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PDA 단말기로 대조해봤지만 일치하지 않는다. A씨가 가짜 주민등록번호를 불렀던 것이다.

A씨가 이번엔 갑자기 전화를 하더니 저 멀리까지 전화를 받으러 간다. 도망갈 낌새를 알아챈 단속반은 이를 끝까지 쫓으며 철저히 막아낸다. 결국 단속반에게 잡힌 A씨는 자신의 진짜 주민등록번호를 다시 한 번 말한다.

과태료 부과 종이를 뽑아낸 단속반은 A씨에게 서명을 받은 후 “과태료는 10만 원이지만 15일 내로 자진 납부 할 때는 20%가 감액, 8만 원을 내면 된다”고 말한다. A씨의 눈이 커지며 “10만 원? 말도 안 돼”라고 거세게 항의한다. 단속반은 이에 좋은 말로 달래보려 했지만 A씨는 이들을 밀쳐내고 유유히 사라졌다.

4일 오후 5시 반부터 8시까지 금연 장소로 지정된 서울역 환승센터에서는 처음으로 야간 흡연 단속이 실시됐다. 단속반과 흡연자 사이의 실랑이가 이어졌다. 단속을 몰랐던 흡연자들은 자신보다 나이가 지긋한 단속반에게 반말을 내뱉으며 화를 내기도 했다.

사람이 몰린 환승센터에서 단속반에게 취조를 당하는 듯한 상황에 처하자 너무 창피하다며 인적이 드문 곳에서 과태료를 부과해달라는 흡연자도 있었다.

서울시 건강증진과 이현성 씨는 “나 같은 경우는 작년 8월부터 광장 등 여러 곳을 단속했다”며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적발과 안전이다. 적발되면 도망가는 분들이 꽤 있는데 정황이 없는 상태에서 차도로 뛰쳐나가면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한편 야간 흡연 합동 단속은 오는 8일까지 계속된다. 7일에는 영등포·신도림역, 여의도 환승센터를, 8일에는 서울·청계·광화문광장을 단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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