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안스님이 영통종합사회복지관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인터뷰 | 영통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수안스님

[천지일보=이길상 객원기자]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는 종합사회복지관으로서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인 영통종합사회복지관이 있다. 이 복지관은 2004년도에 문을 열었는데, 현재는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대표이사 자승스님)과 수원사(주지성관스님)가 수원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나와 남이 둘이 아닌 하나이며, 모든 이가 행복해야 나 또한 행복할 수 있다는 이념으로 고통받고 소외당하는 이웃을 보살피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전 직원이 한마음이 돼 종합사회복지관의 롤 모델로 급부상했다. 복지관 관장인 수안스님을 만나 불교사회복지의 방향과 복지관 운영 철학, 그의 불교이야기를 들어봤다.

◆문학소녀가 부처님의 제자로
수안스님은 학창시절 불교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문학가의 꿈을 꾸던 문학소녀였다. 출가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 스님이 출가하게 된 계기는 대학원 시절 은사의 죽음이다. 교수 연구실에서 연구생으로 언어학 학위를 준비하던 스님은 은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공부에 대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수안스님은 “죽지 않고 계속 지도해줄 수 있는 스승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처님이나 예수님 같은 스승 말이죠. 그들은 비록 육체로는 죽었지만, 그 가르침은 영원하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스님은 학생들에게 맞춤법, 음운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것이 스승다운 길이라고 생각해 출가를 결심했다. “저는 너무 쉽게 출가를 했어요. 출가하기로 마음먹는 순간 바로 절로 향했지요”라는 스님의 출가는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 영통복지관으로 봉사 나온 경기도의회 의원들을 수안스님이 안내하고 있다. (사진제공: 영통복지관)


◆불교, 아는 만큼 실천해야 하는 종교

수안스님에게 불교가 어떤 종교인가를 물었다. “‘불교란 코를 만지는 것만큼 쉽다’라는 말을 선사(禪師)들이 했다. 단지 코를 자기가 만지지 않을 뿐이다”라며 수안스님은 불교가 실천해야 하는 종교임을 강조했다. 불교란 쉬운 것인데 이론적이고 학문적으로 표현하다 보니 어렵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수안스님은 ‘내 것’이라는 집착에서 벗어나야 자유롭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야 이 세상의 고통과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인 ‘제행무상(諸行無常)’ 즉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변하지 않은 것이 없다’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일찍 알게 돼 자유로웠다”라며 “욕심과 집착을 버리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또 스님은 “자등명법등명(自燈明法燈明),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를 의지하고 또한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를 의지하라’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남을 믿거나 의지하지 말고 오직 자기 자신이 진리의 실체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불교는 타력에 의한 게 아니라 자력에 의한 종교라는 얘기다.

◆불교복지의 방향, 정신적인 문화복지
불교복지의 방향에 대해 수안스님은 앞으로는 정신적인 문화복지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영통복지관도 이전에는 물질적인 혜택 위주로 사업을 운영했는데 이제는 다른 지역에는 없는 정신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불교가 내면을 성찰하는 종교이다 보니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복지관은 자기 내면을 개발해 나가는 프로그램을 앞으로 많이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통복지관은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을 실천하고 있다.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모든 사람과 함께 행복을 추구하고 즐거움을 나누겠다는 뜻이다. 즉 지역주민을 위해 헌신하는 복지관이 되겠다는 얘기다. 수안스님은 “‘우리는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생각을 하고 모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역단체와 주민으로부터 도움을 받았으니 그분들에게 다시 돌려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복지관을 운영하고 있다”라며 “마치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복지관과 지역주민이 잘 협력하고 호흡을 맞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 수안스님이 프르그램에 직접 참가해 어린이들을 교육하고 있다. (사진제공: 영통복지관)


◆영통복지관, 차별화된 프로그램 운영

영통복지관은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힘을 많이 쏟고 있다. 특히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복지관 내 뮤직 아카데미를 설치해 피아노, 바이올린, 성악 등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다도실을 분위기 있게 꾸며 다도 활성화를 꾀했다. 아울러 호텔급에 준하는 카페 ‘파라’를 운영해 복지관을 품격을 높이고 지역주민의 편의와 삶의 질을 높였다. 특히 ‘바리스타’ 교실은 인기가 좋아 자리가 모자랄 정도라고 한다. 불교의 특성을 잘 살린 ‘약선식 사찰음식 프로그램’은 대기자가 줄을 서 있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영통복지관이 타 복지관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 “영통복지관은 다른 지역에는 없는 ‘아동발달심리센터’와 ‘상담심리센터’가 있습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하다 보니 대기자가 400여 명이나 될 정도로 밀려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상처받은 아이, 발달 장애 아이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좋아지는 모습을 볼 때는 한없는 보람을 느낍니다.” 수안스님은 복지관이  정신적인 복지에 앞장서 가고 있음을 설명했다.

이 밖에도 영통복지관에서는 ‘장애인 방과 후 교실’을 열고 난타교실과 합창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난타교실은 학생들의 실력이 좋아 대회에 나가면 좋은 성적을 낼 정도로 수준급이라고 한다.

◆영통복지관-지역주민과 소통 우선
영통복지관은 지역단체로부터 후원을 많이 받고 있으며 주민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고객 만족’이 아니라 ‘고객 기절’이라는 무한서비스를 선언한 수안스님의 운영 철학과도 무관하지는 않은 듯싶다. 그러나 수안스님은 이 모든 공로를 지역 주민과 후원 단체, 직원들에게 돌렸다. 덧붙여 스님은 바른 생각, 투명한 운영이라는 기조를 바탕으로 흔들리지 않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조계종복지재단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지역 주민이 언제든지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복지관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는 수안스님은 “이 모든 것이 지역 주민과의 소통에 힘을 기울여 준 직원들 노력의 결실”이라며 모든 공을 직원들에게 돌렸다.

▲ 영통종합사회복지관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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