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주필

 

 담배를 만들어 팔면서 담배 피우는 사람을 구박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구박하는 정도가 아니라 숫제 죄인 취급이다. 이러려면 아예 담배를 만들지 않음으로써 못 피우게 해야지 파는 것은 합법이고 피우는 것은 불법이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흡연이 심각한 중독성을 갖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 중독성은 마약과도 견줄 수 있으며 그 중독성 자체만으로도 안 피우는 것이 몸에 좋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금연 캠페인의 정당성이나 의미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버젓이 담배를 만들어 팔아 그것으로 국가가 적지 않은 세금을 거두어들이면서 한편으로는 피지 말라고 하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짓이다. 피지 말라고 하면서 담배를 만들어 팔아 세금 거두어들이는 재미를 국가가 즐기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만약 담배가 마약과 같이 국민 건강을 치명적으로 해쳐 국가가 진정으로 그것을 걱정한다면 제조와 판매를 불법화하는 것이 옳고 떳떳하다. 그런 다음 흡연도 불법화하고 철저히 단속을 하거나 벌금을 매기거나 해야 한다. 동시에 마약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와 같이 담배를 만드는 연초 작물까지도 재배를 못하게 해야 한다. 그것이 흡연을 원천적으로 막는 방법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흡연만을 문제 삼고 흡연자만을 구박하는 것은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잡초를 뿌리째 뽑아내지 않고 잎사귀만을 뜯어냄으로써 제거하려는 것과 같다. 더구나 합법적으로 만들어 파는 담배를 사서 피우는 것을 무슨 큰 죄인 양 심하게 구박하는 것은 또 다른 인권침해다.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는 현행의 금연 정책과 금연 캠페인의 선풍에서는 흡연자의 기호와 인권에 대한 배려는 손톱만큼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이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흡연자는 죄인이 아니다.

그렇다고 흡연을 권장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흡연이 흡연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으며 주변에 간접흡연의 피해를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흡연이 일으키는 건강상의 문제는 가볍지 않다. 국내외에서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폐암을 비롯한 흡연이 일으키는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어렵다. 더 말할 것 없이 담배는 안 피우는 것이 좋다. 안 피워야 한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대부분도 이에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니코틴의 중독성이 흡연자를 흡연으로부터 자유스럽게 해주지 않는다. 만일 담배가 합법적으로 공공연하게 판매되지 않는다면 마약처럼 어디에선가 누군가에 의해 니코틴 중독자들을 위해 어떻게든 만들어져 밀거래가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그 밀거래의 가능성 때문에 국민 건강을 해치는 담배를 합법적으로 제조해 팔게 하지 않을 수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지만 담배를 제조해 팔게 하면서 흡연자만을 죄인 취급하는 금연 캠페인은 실효가 의심스러울 뿐 아니라 숱한 결함을 안고 있는 정책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금연 캠페인은 순수한 금연 캠페인과 금연 홍보로 그치면 족하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금연이 국민 보건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담뱃값을 올려 흡연자에게 부담을 지우고 급기야는 담배 피울 공간마저 없애버리는 것은 흡연자의 기호와 인격, 인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며 침해다. 아무리 비흡연자의 건강을 배려해서라고 말해도 그러하다.

흡연은 담배 연기를 혐오하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만 하면 된다. 또한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집중 홍보함으로써 자율적인 금연을 유도하는 것이 옳다. 흡연을 즐기는 사람은 담뱃값이 오른다고 담배를 끊지는 않으며 담배 피울 공간이나 재떨이가 없다고 흡연을 그만두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연을 핑계로 담뱃값을 여러 차례 올렸지만 그것 때문에 흡연자가 줄지는 않았다. 흡연자가 줄었다면 그것은 건강을 생각하는 자율적인 의지에 의한 것이었다고 보아야 옳다. 담뱃값을 올림으로써 흡연자는 줄지 않고 국가의 재정 수입만 짭짤했다.

이제는 담뱃값을 올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흡연자에게 담배 피울 공간을 마련해주지는 않으면서 금연구역을 늘리고 그곳에서의 흡연을 이유로 마구 과태료를 물린다. 흡연자는 봉이다. 그러니까 흡연자가 전체 인구의 거의 반에 이르므로 국민의 반은 봉 취급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명백하게 흡연 피해를 일으키는 비행기, 기차, 버스, 택시, 좁은 식당 등에서의 금연은 시비할 수 없지만 흡연자에 대한 손톱만큼의 배려도 없는 저건 아니다.

과연 이렇게 흡연자를 봉으로 삼아 국가가 재정 수입을 올리는 데 열을 올려도 되는 것인가. 그렇게 병 주고 약 주고, 고양이 쥐 생각하는 것과 같은 금연 정책이 과연 국가가 할 일인가. 그것이 떳떳한 일인가. 흡연자에게 담배 피울 공간을 적절히 마련해주고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울 때 과태료를 물리든지 벌과금을 징수하든지 해야 정당하다. 아니면 아예 담배 제조 판매 면허를 회수해 담배 제조와 판매를 불법화하고서 그렇게 해야 한다.

흡연과 비흡연은 선과 악의 구분과 같은 것이 아니다. 그렇게 몰고 가서도 안 될 것이다. 비흡연이나 금연 구역의 확대에 대한 여론이 다소 우세하다고 해서 마치 흡연자를 공공의 적처럼 몰고 가는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흡연이 비흡연자에게 피해가 가서는 안 되지만 담배 제조 판매가 합법인 한 흡연자에게도 흡연을 즐길 권리가 있으므로 그 권리를 존중해주면서 벌이는 금연 정책이어야 설득력을 지닌다.

작금의 금연 캠페인은 마치 선이 악을 몰아내려 하는 선과 악의 싸움처럼 전개되고 있다. 승자 독식의 사회, 이분법의 사회인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담배는 해롭다. 담배 연기 없는 세상은 좋지만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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