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정현경 기자] 30년간 이집트에서 독재를 행하다 민주화 시위로 물러난 호스니 무바라크(84) 전 대통령이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집트 재판부는 2일(현지시각) 카이로 외곽 경찰학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시위대를 유혈 진압한 혐의 등으로 무바라크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또 전 내무부 장관인 하비브 알 아들리도 같은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같은 혐의로 기소된 6명의 경찰 고위간부와 부정 축재와 돈세탁, 공금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무바라크의 두 아들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무바라크의 선고 공판은 이날 오전 10시경 시작돼 이집트 국영TV와 알자지라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무바라크의 종신형이 선고되자 경찰학교 밖에 몰려 있던 시민들은 이집트 국기를 흔들며 환호했고, 심지어 재판정에서도 환호성이 들렸다. 그러나 경찰 고위간부와 무바라크의 두 아들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일부는 항의하기도 했다.

무바라크는 시민혁명이 일어난 지난해 1월 25일부터 2월 11일까지 시위대를 강경 진압해 840여 명을 숨지게 하고 집권 기간 동안 부정 축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집트 검찰은 지난달 31일 최종 심리에서 “한두 명 혹은 수십 명의 민간인을 살해한 사건이 아니라 전 국민을 살해한 사건”이라며 무바라크에 사형을 구형했다.

한편 이집트의 최대 이슬람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은 법원이 무바라크에게 종신형을 선고한 데 대해 “확실한 증거를 바탕으로 재판을 다시 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이달 16~17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 나서는 모하메드 무르시 후보의 선거운동본부 명의로 발표한 성명을 통해 검찰이 충분한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제대로 된 증거를 바탕으로 재판을 다시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무슬림형제단은 특히 법원이 경찰 고위간부 6명의 유혈 진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데 대해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슬림형제단의 고위 간부인 마무드 고즐란은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찰 지휘관들이 결백하다면 누가 시위대를 죽였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집트 대선 결선투표에 진출한 아흐메드 샤피크 전(前) 총리는 이날 무바라크의 종신형 선고에 대해 그 누구도 법보다 상위에 존재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며 모든 판결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샤피크 전 총리는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무바라크 시대의 옛 사법 질서를 되살릴 것이라는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 “이런 판결은 대선 후보가 이미 끝난 사법시스템을 되살릴 수 있다는 주장이 틀렸음을 입증하는 것”이라면서 모든 미래의 대통령들에게 ‘역사적 교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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