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정 ‘김일성-김정일 헌법’서 핵보유국 명기
김정은 체제서도 대외 강경노선 고수 내비친 듯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북한이 4월 13일 개정한 헌법에 자국을 ‘핵보유국’이라고 명기한 것에 대해 미국 정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북한이 최근 개정한 헌법에 ‘핵보유국’을 명기한 것과 관련,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마크 토너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북한 개정헌법과 관련한 연합뉴스 기자의 질문에 “미 정부는 북한을 ‘핵보유국(a nuclear power)’으로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오랜기간 유지해 왔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지난 2005년 ‘9.19 공동선언’에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도록 돼 있다”면서 “우리는 북한이 이런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토너 부대변인은 “지난달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은 북한에 대해 안보리 결의 1718호 및 1874호에 따른 의무를 즉각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면서 “이는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 정부는 북한을 상대로 유엔 안보리 결의에 포함된 모든 국제 의무를 따를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너 부대변인은 “북한의 지도부는 매우 냉혹한 선택에 직면해 있다”면서 “그들의 정책을 냉정하게 검토하고, 도발행위를 중단하고, 핵보유국이 되려는 야욕에 앞서 주민들을 먼저 챙기고, 국제사회에 동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30일 도쿄에서 확인한 북한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내나라’에는 북한의 개정 헌법 전문이 게재됐다.

북한은 개정 헌법 서문에 “김정일 동지께서는 선군정치로 김일성 동지의 고귀한 유산인 사회주의 전취물을 영예롭게 수호하시고 우리 조국을 불패의 정치사상강국, 핵보유국, 무적의 군사강국으로 전변시키시였으며 강성국가 건설의 휘황한 대통로를 열어놓으시였다”고 적시했다. 2010년 4월 9일에 개정한 이전 헌법에는 이 같은 표현이 없었다.

이는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면서 김정은 체제에서도 외교 카드로 사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한국·미국·중국 등 주변국들의 핵 포기 설득 노력이 더욱 어려워진 것 게 아니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6자회담을 핵 포기가 아닌 군축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추가된 부분은 김 위원장을 “우리 공화국(북한)을 김일성 동지의 국가로 강화 발전시키고 민족의 존엄과 국력을 최상의 경지에 올려세우신 절세의 애국자, 사회주의 조선의 수호자”라고 칭송한 문장과 김 위원장이 “주체사상과 선군 사상을 발전시키고 주체의 혁명전통을 옹호 고수했다”고 한 대목이다.

주로 김일성 주석의 실적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은 이 서문은 이번에 김 위원장에 관한 내용을 삽입함으로써 김정일의 유훈 통치를 공식화하고 선군정치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개정 헌법은 ‘민족의 태양’이나 ‘세계정치의 원로’ 등 미사여구 앞에 김일성 주석 외에 김정일 위원장을 함께 적었다. 또한 지금까지 ‘김일성 헌법’이라고 규정하던 것을 ‘김일성-김정일 헌법’으로 바꿔 김정일을 신격화 대상으로 추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1948년 9월 8일 헌법을 처음 만든 뒤 1972년과 1992년 1998년 2009년 2010년에 개정했고, 그 후에 다시 한 번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에서 개정 헌법을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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