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문모 씨 등 간부 5명 기소

[천지일보=백하나 기자] 고리1호기 ‘정전사고(블랙아웃) 은폐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제3부(부장검사 이문한)가 당시 고리 제1발전소장 문모(55) 씨 등 원전 관계자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문 씨 등은 고리원전 1호기에 전원공급 중단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이를 상부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 검찰 조사 결과 안전관리 시스템상의 허점이 나타나는 등 고리원전 내부의 총체적인 안전불감증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비상발전기 고장상태서 ‘핵연료 인출’

검찰에 따르면 문 씨 등은 2월 9일 고리원전 1호기 전원공급 중단사고 당시 비상디젤발전기가 고장 난 상태에서 핵연료를 인출하는 위험천만한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로에 전원공급이 중단되면 바로 가동돼야 하는 1호기 비상디젤발전기는 정전사고 당시 고장 난 상태였다. 공기공급장치인 솔레노이드밸브의 고장 때문이었다.

운영기술지침서상 비상발전기를 즉시 수리해야 하는데 이들은 고장수리 자료가 남아 정전사실이 외부에 알려질 것을 우려해 2월 13일부터 예정된 정기점검 때까지 방치했다.

또 솔레노이드 밸브를 신품으로 교체해야 했는데 발전소 내 예비품이 없어 이물질을 제거하는 수준에 그쳤다.

심지어 비상발전기가 고장났는데도 사고 다음날인 2월 10일 운영기술지침서를 위반하면서 1호기의 핵연료 인출작업을 강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스템 곳곳 허점투성이… 보안 시급

검찰 조사 결과 문 씨 등은 전원 복구 직후 주제어실에서 대책을 논의했으며, 상부의 책임추궁과 비난 여론 등을 우려해 정전사고 발생사실을 은폐하기로 공모했다.

특히 법원에 계류 중인 고리1호기 운전정지 가처분 사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와 당일 오전 사고 발생 시 철저한 책임추궁을 하겠다는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기자회견 내용이 사고 은폐 모의를 한 것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또 24시간 원전 상태를 감시하는 아톰 케어(ATOM CARE) 시스템도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톰 케어 시스템은 모든 원자력발전소 호기별로 원자로 온도, 전력공급 상태 등 주요 변수에 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있지만 비상시 경보발령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고리1호기에서 수집하는 데이터만 267가지이며 당시 정전으로 전원공급이 중단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도 저장돼 있으나, 이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지는 않아 사고 발생 사실을 당시 바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 4월 원자력안전위원회와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해 2개월간 피고발인을 포함한 발전소 관련자 20여 명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문 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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