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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단속 시작… 불법 고리 업자들 ‘코웃음’

[천지일보=이솜 기자] 사례1.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여대생 A씨. 등록금 등 급전이 필요한 중에 대출 관련 전단지를 발견했다. A씨는 전단지를 따라 조모(54) 씨를 찾아갔고 2백만 원을 연 120%의 이자와 함께 빌렸다.

그러나 A씨가 원금과 이자상환이 연체되자 조 씨는 연체이자를 원금에 합쳐 다시 대출하는 방식인 ‘꺾기’로 원금의 1000%가 넘게 대여금액을 키워 상환불능에 이르게 했다. 이후 조 씨는 “부모에게 알리겠다”고 협박, A씨를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넘겨 사채대금을 대신 받았다. 접대부 생활 중인 A씨는 아직도 돈을 갚지 못하고 있다.

사례2. 연 120%의 이자 조건으로 최모(59) 씨에게 2천만 원을 빌린 B씨. 돈을 갚지 못하자 최 씨는 담보로 잡은 전세보증금을 강제로 빼앗았고 B씨의 가족들은 길거리로 나앉게 됐다. 이를 비관한 B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세청이 악덕 사채업자 253명을 조사해 지난 17일 발표한 내용이다. 불법 사금융으로 인한 서민들의 심각한 피해에 정부가 나서 이를 단속하고 있지만 이전 같은 미미한 처벌로는 악덕업자들을 근절시킬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사금융 관련 상담 및 피해신고 건수는 지난 2009년 6114건이었으나 2010년 1만 3528건, 지난해 2만 5535건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대출 사기로 인한 피해신고도 2010년 794건에서 2011년 2357건으로 대폭 늘었고, 불법 고금리 대출 역시 748건에서 1001건으로 증가했다. 불법채권 추심도 1136건에서 2174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여기에 사채업자들의 보복을 우려, 신고를 꺼려 금감원이 파악하지 못한 불법 사금융 피해자도 상당수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지난달 18일 행안부, 경찰청, 국세청, 금감원 등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불법사금융 합동수사본부(본부장 대검 형사부장 백종수 검사장)’는 “사채업자와 폭력 채권추심 등에 적극 대처할 것”이라며 ‘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 같은 발표 이후 한 달여 만에 총 2만 4000여 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지만 사채업자들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불법 사금융은 대부업법상 5년 이하 징역, 5000만 원 이하 벌금 등의 벌칙이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통상 300만 원 이하 약식벌금형 또는 기소유예 등 가벼운 처벌에서 끝나는 일이 대부분이다.

대부업계 한 관계자는 “불법 사채업자들이 단속 시기에는 주춤할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복귀될 것”이라며 “특별 단속을 한다 해도 그 뿌리는 뽑을 수 없을 것이다. 사채업자 몇백 명이 적발됐다고 해도 실제 실형을 받는 사람들은 몇 명 없을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정부, 자치단체와 사법기관은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겠다며 불법 사채 근절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업자들 사이에서는 “단속에 걸려도 벌금 몇백만 원 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된 상황이라는 것.

경찰관계자는 “이전에 대부업법 위반은 대부분 약식기소된 뒤 벌금형에 끝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단속이 더 강화되고 있다”라며 “경찰과 금융당국의 집중단속도 필요하지만 불법 사금융 범죄에 대한 보다 강력한 단속과 엄격한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서민들은 법 개정이나 강력한 처벌이 있을 때까지 불법 사채를 예방할 순 없을까.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계약서를 꼼꼼히 따져보라고 조언한다. 대부업계 한 관계자는 “불법 사채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계약서를 보면 가끔 이자율도 표시하지 않은 종이에 서명한 경우가 있다”며 “법에서 정한 대출금리 한도(등록업체 연 39% 이하, 미등록업체 연 30% 이하)를 위반할 땐 대출을 거절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현재 불법적인 이자율을 부담하고 있을 땐 경찰이나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1332)에 신고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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