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직접 끌고가는 특이성 몰라, 피해자 속출
청와대 민원제기 소용없는 메아리로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지난 11일 한 50대 여성이 남편과 아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을 당했다.

경남 마산의 조미숙(가명, 56) 씨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족들에 의해 옷과 신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정신병원으로 끌려갔다. 강제입원 4일 만에 풀려난 조 씨는 19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남편은 제가 집에 있는 돈을 전부 교회에 갖다 바칠 거라며 불안해했어요”라고 했다.

기자가 이날 조 씨의 교회를 찾아가 헌금 내역을 확인해 본 결과 주일헌금은 평균 1만 원, 십일조는 5만 원 정도였다.

남편은 조 씨가 다니는 교회가 이단이라며 불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폭언과 폭력을 행사해 조 씨가 병원에 2주간 입원을 한 일도 있다. 조 씨가 이렇게 위태로운 생활을 하다가 정신병원으로 끌려간 날, 교회 관계자들은 조 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신변보호요청서를 가지고 마산 J경찰서에 신고했다.

교회 관계자는 “몇 년째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 가족이 개종목사와 상담을 한 이후에 갑자기 가족에게 납치돼 알지 못하는 곳으로 끌려가거나 정신병원에 들어가는 경우가 계속 발생해서 신변보호요청서를 미리 작성해 놓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신고를 받은 즉시 핸드폰 위치추적을 했고, 조 씨가 D정신병원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교회 관계자들이 정신병원을 찾아갔고 가족에게 “정신병자가 아닌 사람을 강제로 입원시키면 처벌 받을 수도 있다”고 하자 가족들은 조 씨를 풀어줬다. 만약 조 씨에게 실제로 정신병이 있었다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한마디에 가족들이 쉽게 풀어주진 않았을 것이다. 조 씨의 위치를 추적해준 담당 형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우리나라 법 규정상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족이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개입할 이유는 없었다”고 말했다.

신변보호요청서에는 개종교육이라는 명목으로 당사자가 언제든지 강제로 끌려갈 수 있다는 사실이 언급돼 있었다. 기자가 담당 형사에게 강제개종교육을 알고 있는지 물어보자 “모른다”고 대답했다. 단지 실종 사건이라 생각하고 실종자의 위치를 확인해 준 것이었다. 신변보호요청서는 피해자가 납치‧감금 등 위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지만 경찰의 대응에 따라 개입여부도 불투명하다.

조 씨의 사건이 접수됐던 J경찰서 측은 요청서를 접수한 수사관의 판단에 따라 수사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반면 지난해 12월 서울 성북구의 한 경찰서에서는 강제개종 납치 건이 신고 되자 신변보호요청서의 효력이 없다며 경찰이 수사를 하지 않으려고 한 사례가 발생했다.

강제개종의 가장 큰 특징은 ‘가족’에 의해 피해자가 어디론가 끌려간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이렇게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주위에 있던 목격자들이 신고를 해주는 일도 생길 정도다. 따라서 경찰이 단순한 실종 신고로 생각하고 피해자의 위치만 확인하거나 ‘가족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니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큰 오판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강제개종교육피해자연대 등 인권단체는 이미 강제개종 피해의 심각성에 대해 청와대와 경찰청 등 국가 주요기관에 진정서 및 탄원서를 여러 차례 올린 바 있다. 하지만 일선 경찰서에는 이 문제에 대한 매뉴얼조차 하달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서 강제개종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경찰 전체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사전 공유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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