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홍성란(1958~  )


여기서 저만치가 인생이다 저만치,

비탈 아래 가는 버스
멀리 환한
복사꽃

꽃 두고
아무렇지 않게 곁에 자는 봉분 하나

천상병 시인은 이승에서의 삶을 잠시 다녀왔다가 가는 소풍이라고 노래한 바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가볍게 다녀가는 소풍. 우리의 삶이 과연 그 소풍 같은 삶일까. 그러나 순수하게 살다가는 사람들에게 이승에서의 삶은 한 마당 소풍일 수도 있을 것이다.
봄날 환하게 피어 있는 꽃들 사이로 보이는 봉분.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저 봉분이 있는 그곳까지가 어쩌면 우리의 인생인지도 모른다. 저 멀리 환하게 핀 복사꽃. 그 복사꽃 피어 있는 세상을 향해 떠나왔던 우리의 소풍. 환하게 핀 꽃들을 곁에 두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잠들어 있는 봉분 속의 그 사람. 그러나 꽃 피고 또 새 우는 봄날, 그 봄날은 그저 봄날일 뿐이로구나. 소풍을 떠나온 우리의 그 아름다운 이승에서의 봄날.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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