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애관음좌상에서 내려다보면 낙가산에 둘러싸인 보문사와 서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419계단. 보문사 마애불은 그 모습을 쉬이 보여주지 않는다. 서울에서 차로 2시간 남짓을 달려 외포리 포구에 닿으면, 다시 석모도 석포선착장까지 10여 분 배를 타고 가야 한다.

선착장에서 다시 차를 타고 10여 분을 가면 보문사에 이른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보문사에서 400여 개가 넘는 긴 계단을 오른 자에게만 마애불의 푸근한 미소가 허락된다.

그렇게 벅찬 숨을 고르며 계단을 올라 마애불에 다다르면, 그 수고에 보답하듯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눈앞에 절경이 펼쳐진다. 눈썹바위 아래서 부처님이 매일 혼자 바라보던 그 아름다운 풍경이 말이다.

▲ 보문사 마애관음좌상은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29호로 지정돼 있으며, 눈썹 모양의 바위 아래 새겨져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눈썹바위와 마애불
땀을 식히며 내려다 본 광경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잔잔한 파도가 밀려오는 바다와 그 위의 작은 섬들, 낙가산의 신록이 감추어 놓은 보문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은 한참 넋을 놓고 이 풍경을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부처님으로 향한다.

낙가산 중턱에 앉아 있는 이 불상은 눈썹 모양의 화강암 바위 아래 새겨진 관음상이다.

네모난 얼굴에 뭉툭한 코, 두터운 눈이 새겨져 있으며 머리에는 화려한 보관을 쓰고 있다. 얼굴 뒤로는 광배(光背)가, 가슴에는 만(卍) 자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가지런히 두 손을 모은 불상은 햇볕이 뜨거운지 눈썹바위를 그늘막으로 삼고 앉아 있어, 상체 부분은 늘 그늘져 있다. 그리고 눈은 산 아래를 굽어보고 있다.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
석모도 보문사(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 매음리)는 남해 보리암,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으로 꼽힌다. 흔히 ‘기도빨’이 센 곳으로 이름이 나 교통편이 불편함에도 늘 사람들로 붐빈다. 강화 8경에 이름을 올린 빼어난 경치 또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보문사의 매력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마애불은 보문사에서 놓치지 말고 들러야 하는 필수코스다. 마애불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어우러진 풍광이 멋진데, 특히 석양빛으로 물드는 바다는 장관을 이룬다. 마애불 앞에는 넓은 기도처가 펼쳐져 있다. 작은 장판들이 여러 개 깔려 있고 그 위에서 사람들이 간절히 기도를 올린다.

▲ 여의주를 용을 물고 승천하는 용이 조각된 용왕단. 이를 둘러서 소원이 적힌 종이가 담긴 유리병이 가득 걸려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보문사는 유명한 기도처인 만큼 소망, 소원을 부처에 의탁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여실히 묻어난다. 마애불에 오르는 계단길의 이름도 ‘소원을 이뤄주는 길’이며, 마애불을 오르는 중간에 마련된 ‘용왕단’ 주변에도 사람들의 소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여의주를 물고 승천하는 용들이 조각된 단이 있고, 그 뒤로 둘러서 빼곡하게 소원병이 걸려 있다.

소원병들은 서울 남산타워에 있는 ‘사랑의 자물쇠’를 연상케 한다. 소원을 적은 종이를 작은 유리병 안에 담아 이곳에 걸어 놓는데, 100일이 지나면 스님이 축원을 올린 후 소원지를 태운다.

▲ 서울 남산타워의 ‘사랑의 자물쇠’를 생각나게 하는 소원병들. 100일이 지나면 스님의 축원 후 불에 태운다.ⓒ천지일보(뉴스천지)
보문사는 신라 선덕여왕 4년(635) 회정대사가 금강산에서 수행하던 중 관세음보살을 만나 강화도로 내려와 창건한 사찰이라고 전한다. 창건 후 14년이 지날 무렵, 이 마을에 살던 한 어부가 그물에서 불상과 나한상 22구를 건져 올려 꿈에 한 노승이 일러준 대로 낙가산 석실에 봉안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전설이 전해오는 석굴사원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27호로 지정된 이 석실 또한 보문사가 기도처로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석굴에서 기도하면 효험이 뛰어나다고 알려지면서 마애불과 함께 불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천연동굴을 확장해 만든 석실의 입구에는 세 개의 홍예문이 있다. 이 문을 통과하면 기도를 올리는 불자들 앞으로 작은 나한상들이 모셔진 불단이 보인다.

▲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27호로 지정된 보문사 석실 안에는 불상과 나한상 22구가 봉안돼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여기에 봉안된 나한상들은 매우 이색적이다. 작은 아치형의 구멍이 나 있고, 그 안에 작은 불상들이 앉아 있다. 석굴사원인 만큼 보통 나무로 만드는 불단과 닫집이 돌로 이뤄져 있다.

이 석실 앞에는 이곳에 머물던 승려와 수도사들이 사용하던 맷돌이 있다. 일반 맷돌보다 2배가량 큰 규모로 지름 69㎝, 두께 20㎝의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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