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서울시 중구 장충동 자율방범대(회장 장전덕)와 그 자녀들이 장충단공원에서 ‘안전한 장충동 만들기’ 활동을 하기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장충동 자율방범대, 자녀와 야간 순찰활동 나서

[천지일보=박양지·장수경 기자] 17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장충단공원 앞. ‘안전한 장충동 만들기’라는 글이 적힌 어깨띠를 두른 김현민(13) 양은 아빠의 손을 꼭 잡았다. 딸아이를 바라보던 김종록(49, 남, 서울 장충구 장충동) 씨는 연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학교폭력을 예방합시다. 안전한 중구 함께 만들어요.”

학교폭력 예방 구호를 외치며 미리 준비한 전단지를 나눠주는 것을 처음 해봐서인지, 김 양은 조금 서툴러 했다. 하지만 이번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야간순찰 활동을 통해 아빠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지 알게 됐다고 전했다.

김 양는 “평소에 아빠와 대화를 많이 하지 못해 자율방범대원으로 일하시는 아빠의 일을 이해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이번 활동을 통해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아빠의 중요한 사명을 알게 됐다”고 말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 씨도 딸과 활동을 함께 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폭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대학입시준비로 활동에 함께 참석하지 못한 첫째 아이가 6년 전 학교폭력을 당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학교폭력 이야기를 들으면 가슴이 ‘철렁’ 거린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쉽게 (학교폭력) 소식을 접하지만, 사태는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밤늦게 다니는 아이만 봐도 신경이 쓰인다”며 “가정에서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더욱 많이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은 장충동 자율방범대(회장 장전덕)가 학생들과 함께 장충단공원에 모여 장충동 일대의 야간순찰 활동을 한 날이다. 순찰 효과를 위해 이들은 어깨띠와 조끼, 순찰봉 등 복장도 제대로 갖췄다.

순찰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은 장충동 자율방범대원들의 자녀 20여 명이 살고 있는 동네에 위험한 곳은 없는지 살피는 것은 물론, 아빠와 대화시간도 가졌다.

두 딸 윤서(13), 윤수(12) 양과 함께 야간순찰에 참여한 허무국(47, 남, 장충동) 씨는 “‘내 아이들이 학교폭력을 당한다면 과연 나는 얼마나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해봤다”며 “하지만 아이들과 하루에 한 시간밖에 대화를 못해 예방법을 자세히 알려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말로만 예방법을 듣는 게 아닌, 직접 예방운동을 해 아이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잘 깨닫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친구들과 함께 야간순찰 활동에 참석한 장시연(15, 장원중학교) 양은 앞으로 학교폭력 예방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장 양은 “시간이 갈수록 학교폭력이 심각해지는 것 같다. 주위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친구들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예방법도 함께 나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자율방범대는 지난 3월 초부터 매일 밤 장충동 일대의 주택가와 골목, 학교나 공사장 주변 등을 돌며 위험한 곳이 없는지, 방황하는 청소년은 없는지를 계속 점검해 왔다.

장충동 자율방범대 장전덕 대장은 “평소 아빠가 어떤 활동을 하는지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함께 순찰활동을 해 학교폭력 예방이 얼마나 필요한지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활동을 두 달에 한번 할 예정이다. 인근 학교 교장과 대화를 나눴다”며 “시민들이 마음 놓고 지낼 수 있게 더욱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