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차이나타운 내 짜장면박물관 입구에 철가방을 들고 배달하는 동상이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구한말 인천항에 산동지방 화교 들어오면서 시초가 돼
짜장면의 탄생부터 전성기까지 역사를 한눈에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중국음식점의 베스트셀러 짜장면. 하루에 전국적으로 보통 700만 그릇이 팔린다는 짜장면은 빠르면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 누구나 쉽게 찾는 국민음식이다.

오늘날 전 국민이 즐겨먹는 짜장면은 대체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먹기 시작했을까. 이 같은 궁금증이 생긴다면 인천 차이나타운 입구 근처에 자리하고 있는 짜장면박물관에 가보자.

인천시 중구청은 일반적으로 중국식당의 시초로 여기고 있는 옛 공화춘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난달 28일 국내 최초로 짜장면을 테마로 한 박물관을 개관했다.

짜장면박물관은 짜장면의 탄생부터 시대적 흐름에 따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박물관 측에 따르면 평일에도 하루 평균 1000명 가까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다. 유치원 아이들의 현장학습은 물론 중고등 학생들까지 선생님과 함께 방문해 짜장면의 변천사를 눈으로 보고 즐긴다. 그리고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옛 향수에 젖게 하는 공간이다.

전시실은 설명과 함께 당시 풍경이 실감 있게 재현돼 있다. 특히 짜장면 음식은 워낙 실제와 비슷한 모양으로 돼있어 ‘만지지 말고 눈으로만 보세요’란 안내표시가 곳곳에 있어도 자꾸 만져보게 된다.

가장 먼저 들리도록 되어 있는 2층 상설전시의 도입부인 ‘화교역사와 짜장면’ 공간에서는 1883년 인천항의 개항 이후 인천화교와 짜장면 탄생 및 변천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해준다. 오늘날 우리가 즐겨먹는 짜장면은 그 재료와 맛이 많이 바뀌었지만, 짜장면의 뿌리는 개항기 인천항의 화교들을 통해 처음 소개된 중국 산동지방의 짜장면에 두고 있다.

1전시실은 짜장면이 처음 탄생한 개항기 인천항의 부두 풍경을 재현한 전시실이다. 인천항에서 부두노동을 하던 중국인 노동자들이 지게를 내려놓고 산동식 ‘짜장면’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는 장면이 모형을 통해 연출돼 있다.

이들이 국내로 들어오게 된 계기는 자국 내 전란의 이유와 조선총독부의 식민지 건설을 위한 노동자로 일하기 위해서였다. 바로 산동지방에서 건너온 화교들이 이후 짜장면 등의 다양한 먹거리를 팔기 시작하면서 전파된 것으로 전시는 말하고 있다.

▲ 장면이 처음 탄생한 개항기 인천항의 부두 풍경을 재현한 전시실. 중국인 노동자들이 지게를 내려놓고 산동식 짜장면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는 장면 등이 모형으로 연출돼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전시실은 1930년대 공화춘의 접객실을 재현한 공간이다. 산동에서 건너온 화교들이 즐기던 짜장면은 중화요리가 각광받던 일제 강점기에 비로소 음식점의 메뉴로 등장하게 됐다.

공화춘에서 수습된 유물을 그대로 활용해 접객실 내부를 재현한 이 공간에는 짜장면을 즐기는 다양한 인물모형과 유물이 전시돼 있다. 바로 음식점에서 즐기는 짜장면의 새로운 발전단계를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3전시실은 짜장면의 전성기인 1970년대 중국 음식점 풍경을 재현했다. 해방 후 캐러멜이 첨가돼 달콤한 맛을 내는 춘장이 사용되면서 짜장면은 그 인기를 더하게 됐다. 여기에 정부의 밀가루 소비 장려정책, 산업화에 따른 외식문화의 확산에 힘입어 짜장면은 국민음식의 반열에 올랐다.

특히 졸업식 후 온 가족이 함께 짜장면을 즐기는 풍경은 3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지금처럼 외식이 흔하지 않던 시절, 졸업식날 모처럼 중국음식점에서 외식을 하던 모습을 아마도 대부분 간직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 짜장면의 전성기인 1970년대 중국음식점 풍경을 재현한 공간. 졸업식날 가족이 함께 와서 짜장면을 즐기고 있는 장면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4전시실은 오늘날 우리 문화 속에 깊이 스며들어있는 짜장면의 모습과 그 의미를 살펴보는 공간이다. 여기에서는 면의 종류, 배달통의 변천, 맛있는 짜장면극장, 차이나타운의 생활 등 짜장면에서 비롯된 다양한 문화요소들을 영상, 유물, 전시자료를 통해 엿볼 수 있다.

2층을 다보고 나서 1층으로 내려오면 1960년대 공화춘의 주방을 재현해 놓은 공간을 맞게 된다.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는 공화춘 건물의 역사와 짜장면 조리법을 살펴볼 수 있고, 수타 주방과 칼판 주방, 화덕 주방 등 1960년대 공화춘 주방에서 짜장면을 조리하는 광경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 1960년대 공화춘 주방을 재현한 공간. 짜장면을 조리하고 있는 모습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홍란희(40) 해설사는 “우리나라 짜장면의 시초를 알리고자 만들어진 곳”이라며 “차이나타운에는 100년 이상 전통을 내세우는 중국음식점이 여럿 있는데, 그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차이나타운을 찾는 관광객에게도 더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장소가 될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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