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ㆍ혈액형 등 보고 입양 원하면 댓글 달아
“출생신고제, 병원서 바록 등록해야” 지적

[천지일보=김예슬ㆍ박양지 기자] “8월 20일 출산해요, 딸입니다. 잘 키워주실 분만 쪽지 부탁드립니다.” (아이디 ekd****)

“혹시 키워주실 분 만났나요? 쪽지 보내려 했는데 쪽지가 안가네요. 저에게 쪽지 부탁할게요.” (아이디 rha*****)

“개인적으로 이건 아니라고 보네요. 엄마이기 전에 우선 사람부터 돼야할 듯싶네요.” (아이디 lbo***)

이는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인입양’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문제의 글과 일부 댓글이다.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서 ‘개인입양’이란 이름으로 아이들이 ‘거래’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입양 방식은 이렇다. 일단 아이의 부모가 아이를 입양 보내겠다며 성별과 혈액형 등을 적는다. 이후 입양을 원하는 이들이 댓글을 달고 합의가 되면 따로 만나 아이를 주고받는 형식으로 입양이 이뤄진다. 심지어 산모가 출산비 명목의 돈을 요구하는 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인터넷 입양’이 논란 속에서도 근절되지 않는 가운데 한국 출생신고제도를 바꿔 불법입양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해외입양인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제도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선 아이가 태어났을 경우 동사무소나 구청 등에서 출생신고를 하게 돼 있다.

그러나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야하며, 출생 시부터 생명권과 국적 취득권을 가질 뿐 아니라 가능한 한 자신의 부모를 알고 부모에 의하여 양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 있다.

이 협약에 따라 미국 등 UN 등록 국가 대부분은 태어난 병원에서 의사나 간호사가 출생 즉시 등록하고 있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 입양인 모임(TRACK)의 제인 정 트렌카 사무총장은 “한국의 출생등록제도가 UN아동권리협약에 적합하도록 바꿔야 한다”며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병원에서 출생신고를 하게 된다면 이 같은 인터넷 입양이나 비밀입양 등의 문제가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인터넷 입양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는 시각 차이를 언급했다. 정 사무총장은 “냉소적인 시선으로 보면 아기를 인터넷으로 입양하는 것과 입양기관을 통해 입양하는 것이 무슨 차이냐고 할 수도 있다”면서 “해외입양의 경우 양부모 입장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될 수도 있고, 국내입양의 경우 비밀입양이 가능해서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매우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는 윤리적인 문제”라며 “아이 엄마가 아이를 가지고 양부모와 거래를 하는 것 자체가 입양인 당사자로서는 충격적인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또 다른 해외입양인인 제이슨로드(28, 남) 씨도 “한국에서 입양은 오래전부터 흔히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입양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인터넷을 통해 아이를 사고파는 일은 정당한 입양 제도에서 벗어난 행동이며 이 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 자체가 놀랍고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출생신고제도 외에도 미혼모를 위한 복지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시몬 최(42, 여) 씨는 “인터넷 입양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아이를 사고파는 일이 생긴다는 것은 한국이 미혼모나 아동에 대한 복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정부의 입양제도를 꼬집었다.

이어 “미혼모에게 충분한 복지제도가 필요하고, 차별받지 않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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