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전염병인 결핵에 비상등이 켜졌다. 경기도 고양외국어고에서 발생한 학생들의 결핵 집단감염 사태는 보건당국과 학교 측의 허술한 초기 대응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건당국과 학교 측에 따르면 고양외고 2~3학년 학생 중 5분의 1가량이 결핵균에 감염됐거나 감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의 가장 많은 시간을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기에 감염성 질환인 결핵이 발병했다는 데 학부모들의 우려 또한 크다. 비단 고양외고뿐 아니라 결핵과 같은 감염성 질환은 다른 학교 또는 집단시설에서도 나타날 수 있어 보건당국과 집단시설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공부 하나만으로도 벅찰 수 있는 학생들에게 제때 시간 맞춰 챙겨먹어야 하는 약은 물론 너무 피로하거나 무리해서도 안 되는 결핵이라는 병이 무거운 짐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이렇다 할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해도 감염되지는 않았을까 걱정하는 학생들을 생각하자니 가슴이 먹먹할 따름이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결핵 환자는 3만 955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의 발병률을 보이고 있다. 2010년 통계청 사망 원인 통계연보에서도 결핵 사망자는 2365명으로 사망률 역시 OECD 국가 중 1위다.

무엇인가 대책이 필요하다. 결핵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질환이었지만 의술의 발달로 이제는 후진국병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안일한 마음과 대응으로 위와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할 수 있다. 결핵이 감염성 질환인 만큼 보건당국의 빠른 진단과 철저한 관리, 학교 등 집단생활을 피할 수 없는 곳의 신속한 대처 또한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아야 한다.

무엇이든 사건이 발생하면 감추기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이 사실을 알리고, 빠르게 대응해 더 큰 확산과 피해를 막는 것 또한 예방 다음으로 최선의 방법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