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화가 난다’라고 느끼는 것은 누구나 다 겪는 일이다. 지금도 우리 주변 어디에선가 서로 화를 내며 싸우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다. 그런데 화가 날 때 어떤 사람은 잘 참기도 하는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때리거나 물건을 부수는 등의 나쁜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지는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화를 무조건 참는다는 것은 실천하기가 어려울 뿐더러 심신의 건강에도 그다지 좋지 않다. 그것보다는 화를 잘 다스리는 것이 훨씬 더 지혜롭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화를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들이 있는지 이제부터 하나씩 알아보자.

첫째, 화가 날 때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다시 천천히 내뱉어 본다. 이를 테면 심호흡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세 번 정도 하면 신기하게도 화가 사라진다. 둘째, 마음속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숫자를 세어 본다. 열까지 다 세고 난 다음에는 화가 없어질 것이다. 셋째, 화가 났을 때 곧바로 말을 하지 말고, 한 번 더 생각해 본 다음에 말을 해 본다. 그러면 극단적인 말이 튀어나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넷째, 화가 났을 때 물건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는 그 자리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본다. 다시 돌아온 다음에는 던지고 싶었던 그 마음이 사라질 것이다. 다섯째, 내가 어느 때 화가 자주 났는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이른바 ‘분노 일지’를 작성해서 스스로 점검해 볼 수 있다. 그리하여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노력해 본다. 화를 낼 만한 상황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다. 여섯째, “나 지금 화가 났어요”라고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직접 말해 본다. 그러면 앞에 있는 사람이 나에게 조심할 것이다. 일곱째, 평소에 즐거운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해 본다. 주어진 업무와 과제를 다 한 후에는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통해 심신을 이완시키자. 여덟째, 급한 마음을 버린다. 무엇이든지 성급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면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짜증이 나고 화를 내기 쉽기 때문이다. 한 박자 느리게 간다는 느낌으로 일상생활에 임한다. 아홉째, 평소에 배우자, 친구들, 자녀, 부모님과 충분한 대화를 나눈다. 대화를 많이 나누는 사람은 사실 화를 낼 일이 별로 생기지 않는다. 열째, 잠을 충분히 자고 식사도 제때 하고 그리고 편식하지 않는다. 그러면 두뇌 활동이 안정되고 좋아져서 화를 덜 내게 될 수 있다.

만일 화를 잘 다스리지 못하고 매번 분노 폭발을 하게 되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배척을 당하게 됨은 물론이려니와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화를 자주 내게 되면 교감신경계의 지나친 활성화로 인한 심장박동 증가, 혈관의 수축, 혈압의 상승, 호흡곤란, 소화불량 등의 증상이 생기게 되어 신체 건강에도 매우 해롭다.

반면에 오랜 기간 화를 지나치게 참고 억압하다 보면 ‘화병’ 또는 ‘신체형 장애’가 생기기 쉽다. 과거의 우리 어머니들이 시집을 와서 벙어리 3년과 귀머거리 3년의 혹독한 며느리 생활을 했을 때 얼마나 많은 가슴앓이를 했던가? 마음속의 불만과 화를 밖으로 표출하지 못했으니 그것이 모두 가슴에 쌓이고 쌓여서 마치 응어리가 맺혀 있거나 돌멩이가 박혀 있는 것 같은 증상을 경험했으니, 그것이 바로 ‘화병’이다. 화병은 정신의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우울증의 한 종류로 간주할 수 있다. 한국의 여성에게서만 나타났던 독특한 형태의 문화 관련 증후군으로서 세계 정신의학회서도 여러 차례 보고된 바 있다. ‘신체형 장애’란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부인하거나 억압한 결과 신체적 증상으로 발현되는 병을 말한다. 각종 의학적 검사에서도 아무런 이상이 없으나 환자는 통증, 감각 이상, 근력 저하, 기능 결손 등을 호소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들려오는 각종 뉴스는 우리 국민들의 화를 돋우고 있다. 국민들이 화병이나 신체형 장애에 걸리지 않게끔 정치인들은 자숙하고 반성하여 올바른 언행을 보이기를 바란다. 정치인의 책임은 국민을 행복하고 잘 살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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