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현
눈물도 밟으면 바스락거린다
반질반질 닦아 놓은 그리움도
한없이 바스러지면 그뿐이다

어느 날 나를 울리는 건
바람소리뿐이었음에도
눈꺼풀 사이로 강은 흘렀다

찬 강바람 흐르고 어렸던
눈물마저 밟아대는 말들이
얼음장처럼 떠오르고 그리고

저 멀어지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
길거리 낡은 간판 떨어진 글씨조차
모두 그대 이름처럼 보이는 아득한


환상에 눈이 멀어 뚝뚝뚝 떨어지는
눈물 밟으며 걸어가는 밤 내 눈물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네가 깨길


-약력-
서정문학 시 부문 등단
제7회 병영문학상 시 부문 입선
동아방송예술대학 음향제작계열 레코딩 전공 졸업
민중의소리 팟캐스트 ‘요즘 젊은것들’ 패널
키치포레스트닷컴 운영 및 인터뷰어 활동

-시평-
눈물은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때 나오기도 하지만 분수에 넘치는 탐욕이나 배타적인 증오심, 개인적인 어리석음에서도 나온다. 세상을 밝은 눈으로 바라볼 때는 감동의 눈물이 나오지만 두려움이나 부정적인 눈으로 바라볼 때는 슬픈 눈물이 나온다. 우리 가슴에 들어있는 눈물의 매장량이 얼마인지 알 수는 없지만 가장 아름다운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가장 아름다운 사람인 것은 분명하다. 나무와 풀이 철따라 옷을 바꿔 입듯이 사람도 새로운 눈물로서 정체된 삶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

이 시는 어떻게 감상하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둘째 연 ‘어느 날 나를 울리는 건/바람소리뿐이었음에도/눈꺼풀 사이로 강은 흘렀다’를 보더라도 시적 화자의 개인적인 연민을 드러낸 것이냐 아니면 눈물마저 소멸되어 버릴 것 같은 이 세상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느냐로 나누어진다. 어찌됐건 눈여겨봐야 할 것은 눈물도 밟으면 바스락거리고 길거리 낡은 간판조차 그리운 이름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왜 눈물일까? 그것도 제목에까지 왜 눈물이 들어 있을까? 눈물은 인생을 행복으로 이끄는 마음의 로드맵은 아닐까? 정답은 독자의 몫이다. (최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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