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기기 의존도 늘어… 기억력·계산능력 감소
외우는 습관 들여 ‘뇌세포’ 자극해야
날마다 쓰는 일기, 기억력 향상에 도움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사례1. 최근 휴대전화를 분실한 김소정(20, 여, 경기도 인천 남동구) 씨는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려다 갑자기 집 전화번호가 떠오르지 않는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김 씨는 어렴풋 생각나는 기억을 더듬으며 무려 6번의 시도 끝에 부모님과의 통화에 성공했다. 김 씨는 “머릿속에 단축 번호만 맴돌았다”며 “한참 동안 가만히 서서 번호를 기억해 내는데 완전 바보가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례2. 건축회사에 다니는 박기성(41, 남, 서울 금천구 가실동) 씨는 지방출장을 갈 때 항상 네비게이션을 이용했다. 과속단속 카메라는 물론, 빠른 길까지 안내해 줘 편리하게 운전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출장을 다녀온 뒤 이 같은 생각이 확 달라졌다. 운전 도중 네비게이션이 고장 나자 알던 길도 헷갈렸기 때문이다. 김 씨는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디지털기기에 의존하다 보니 기억력이 많이 나빠진 거 같다”고 말했다.

최근 스마트폰이나 테블릿 PC가 보편화되면서 ‘디지털 치매’라는 신용어가 생겨났다. ‘디지털 치매’는 디지털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이나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디지털 치매는 현시대를 이해하는 데 나타나는 하나의 사회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젊은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의존해 기억하는 습관을 기르지 않으면, 실제 기억할 수 있는 뇌 용량이 줄어들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2002~2009년 노인성 질환자 진료 추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2년 대비 2009년 치매 질환 진료환자 수는 21만 6천 명으로 451.3% 증가했다.

치매에 따른 건강보험 진료비 역시 매년 증가해 2002년 561억 원에서 2009년 6211억 원으로 7년 새 1107.5% 상승했다.

주목할 점은 65세 미만의 나이에 치매가 시작되며 해마다 그 수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연구 자료에 따르면 40대 치매환자는 2002년 928명에서 2009년 1674명, 50대 치매환자는 2002년 2618명에서 2009년 7676명으로 늘어났다. 30대 치매는 2002년 대비 2009년 진료인원은 크게 늘지 않았으나 총 진료비는 465% 증가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치매와 디지털 치매를 구분하는 정확한 연구결과 없지만, 대다수의 젊은 층 상담 시 디지털 치매 증상을 보일 정도로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깊게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우 과장은 “젊은 층은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가 없으면 굉장히 불안해한다”며 “중요한 일정이나 전화번호 등을 뇌를 통해 기억하는 게 아니라 기기에 모두 저장해 놓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기억하려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뇌의 저장소의 용량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이 과장은 사람의 기억은 뇌의 ‘해마’라는 곳에서 담당하는데, 평소 기억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해마 영역이 위축되고 기억 용량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뇌가 발달하지 않으며 기억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평소 반복해서 외우는 습관을 들이는 등 뇌를 자극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 과장은 “가족이나 친구들의 번호를 휴대전화에 입력해도 몇 명은 외우는 게 좋다”며 “중요한 일정은 수첩에 적고, 그날 일은 일기를 써 회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주홍 경희서울한의원 원장은 뇌 발달에 도움되는 식생활습관을 통해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 원장은 “항산화 작용에 좋은 포도, 코코아, 올리브기름, 견과류와 불포화 지방이 많이 든 푸른 생선, 옥수수, 콩, 해바라기 씨 등을 섭취하는 게 좋다”며 이러한 식품은 “뇌 줄기세포 생성을 촉진해 새로운 뇌 신경 세포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도파민(dopamine)·세로토닌(Serotonin)과 같은 좋은 호르몬 나와 두뇌 활성에 도움된다”며 “유연성 운동, 유산소 운동, 근력 강화 운동 등을 골고루 하는 것도 손과 발을 자극해 뇌 발달을 촉진시킨다”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