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한국계 여성이 사상 처음 장관직에 올랐다.

아기 때 프랑스로 입양된 플뢰르 팰르랭은 중소기업·디지털경제 장관에 임명됐다. 태어난 지 3일 만에 서울 거리에 버려진 아픈 과거를 극복하고 세상의 빛이 됐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과 사회적 지위로 인해 생기는 불평등을 개선하고 싶어 정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부모님은 내가 출생지를 잊지 않도록 본래 이름을 호적에 일부러 남겼고, 종숙이라는 내 한국 이름이 ‘완성된 여자’라는 굉장히 특별한 뜻을 담고 있는 이름이라고 알고 있었다”면서 “입양아라는 사실이 마음의 짐이자 성공의 밑거름”이라고도 말했다.

한국은 1950년대 이후 17만 명 이상의 어린이를 해외로 입양보냈다. 지금도 입양은 계속되고 있으며 ‘고아수출국’이란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다. 현재 연간 2200~2400명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숫자가 해외로 나갔으니, 이 중에 고위관직에 오르거나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사람들이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펠르랭 신임 장관이 최근 “출생 때문에 한국에 대해 특별한 감정을 느낀 적이 없다”고 밝힌 것처럼 그들에게 한국이 그저 수많은 해외 국가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 그간 한국 정부는 입양아를 외국에 보내고 난 후 그들의 삶을 거의 돌아보지 않았다. 이들이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고 현지에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을 하는 데 인색했던 게 현실이다.

앞으로도 제2, 제3의 펠르랭이 나올 것이다. 적어도 입양아들이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 대해 좋은 감정 정도는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연령에 도달하면 양부모의 동의하에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이 아이들에게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책자라도 제대로 보급해,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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