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개국이 참가한 ‘여수세계박람회’가 지난 12일 93일간의 일정으로 막이 올랐다. 개최도시 여수가 바다를 인접한 해양도시라서인지 온통 바다이야기 일색이다.

이번 세계박람회를 통해 세계는 바다의 무한한 미래에 놀라고 있으며, 한편으론 바다의 미래에 눈을 뜨게 하고 있는 듯싶다.

그렇다. ‘바다를 정복하는 나라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해상왕 장보고의 말이 요즘 들어 부쩍 유행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인가 보다.

그래서인지 지금 오대양 바다는 세계박람회가 열리는 여수의 바다같이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만은 않다. 그리고 바다는 일고 있는 격랑과 같이 높은 파고를 예고하고 있다.

지금 세계는 바다에 떠 있는 보잘 것 없는 암초(暗草)에 운명을 걸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이 바로 높은 파고와 함께 몰고 올 격랑인 것이다.

진즉에 예고된 일들이기도 하겠지만 갑작스레 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날까. 바다가 그냥 바다가 아니라 바다 밑은 ‘자원의 보고(寶庫)’라 할 만큼 어마어마한 경제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제3의 에너지를 찾아 해매는 세계 각국의 입장에선 요즘의 바다는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적 가치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 하는데 절대적 요소인 바로 군사적 요충지의 역할을 하는 필수적 요새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예가 한반도를 위시한 주변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를테면 중국과 일본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센카쿠열도, 한국과 일본 사이의 독도, 한국과 중국 사이의 이어도, 러시아와 일본 사이의 쿠릴열도 분쟁 등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그런데 이 정도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요즘 바다의 화약고는 정작 다른 데 있다. 얼마 전 남중국해에선 필리핀과 미국이 합동군사훈련을 했으며, 중국과 러시아 역시 이에 맞춰 합동훈련을 가진 바 있다.

이 같은 군사훈련이 진행된 데는 이유가 다 있다. 남중국해 역시 필리핀과 중국 사이엔 ‘스카보러섬’이라는 암초가 하나 있다. 물론 이 섬은 현재 필리핀 해양경찰이 관할하고 있으며, 필리핀에서 실효지배하고 있는 섬이긴 하다. 그런데 이 스카보러섬이 중국과 영토분쟁이 되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섬은 보물섬이라고 할 만큼 이 바다 밑에는 엄청난 해양 자원이 매장돼 있는 것이다. 이를 중국은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이고, 문제는 국제사회마저도 비록 필리핀이 실효지배는 하고 있지만 딱히 어느 나라 영토라고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취약점을 중국은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스카보러섬으로 인해 현재 남중국해는 중국과 필리핀의 대치가 지속되고 있으며, 무력충돌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일촉즉발의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력충돌 가능성을 넘어 중국은 필리핀을 향해 경제적 압박까지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스카보러섬으로 인한 양국의 대치는 단순 중국과 필리핀과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바로 필리핀 뒤에는 미국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입장은 이 스카보러섬이 중국의 손에 넘어갈 경우 남중국해 연안의 모든 나라들은 중국의 영향권 아래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는 데 있다.

따라서 미국은 친미 성향을 가진 필리핀과의 방위협력을 핑계로 중국을 무력으로 견제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남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이 상황은 사실은 중국과 필리핀이 아닌 중국과 미국임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이제 말하고자 함은 바다의 중요성을 인식해 보자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3면(面)이 바다로 되어 무한한 해양의 자원을 통해 새로운 해양 문화를 선점하고 주도해 갈 수 있는 유리한 나라라는 사실을 깨닫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미련하고 아둔한 나라와 백성이 되지 말고, 이번 여수세계박람회를 계기로 해양문화를 선도하고 주도하는 일류국가의 기틀을 마련해 나가는 데 다함께 힘쓸 것을 주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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