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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장기파업”… 방송 파행·결방 등 폐해 나타나
노사간 고소·고발에 해고까지… “갈등의 골 점점 깊어져”

[천지일보=이솜 기자]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파업이 100일을 넘었다. 1992년 최장 파업 기록인 52일을 훨씬 넘어 한국 방송사 역사상 가장 긴 파업이다. 14일 기준으로 KBS는 72일, 연합뉴스는 61일, 국민일보는 144일째다. YTN은 2달간의 주말 파업에 이어 14일 오전 6시부터 2주간 총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이렇듯 언론사들의 파업은 장기화되고 있으나, 노사 갈등 수위는 점점 높아져 끝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우선 MBC와 KBS, YTN 노조의 파업 목표는 동일하다.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받거나 정권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판단되는 ‘낙하산 사장들의 퇴진’과 이를 통한 ‘공영방송’을 주장하고 있다.

파업 100일을 넘어선 MBC의 경우, 최소의 인력으로 방송을 이어나가고는 있으나 보도, 교양, 드라마, 예능 등 전 부문에서 파행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지역 방송에서 그 폐해는 두드러진다. MBC 노조에 따르면 대구 MBC 노조는 지난 4월 23일부터 TV와 라디오 뉴스 제작을 전면 중단했다. 이와 더불어 진주·대전·청주·충주·안동·원주·광주·목포 등 대부분 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 방송이 중단되고 외주 제작물로 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노사 간의 입장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사측에서는 노조 집행부에 대한 재산 가압류 신청 등 7차례의 고소·고발을 했으며 노조 역시 지난 3월 법인카드 관련 고소에 이어 지난달 25일에는 특정 무용가에게 특혜를 줬다며 경찰에 추가 고소했다.

여기에 양승은, 최대현, 배현진 아나운서가 노조 파업을 중단, 방송에 복귀해 ‘소신’과 ‘배신’으로 의견이 나뉘어 네티즌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KBS는 새노조 파업의 여파로 그간 지역 뉴스에 의존했으나 지역 기자가 대다수인 KBS 노동조합까지 파업하면서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KBS 노조 관계자는 “최소한의 인력으로 며칠간은 버틸지 모르나 장기간 파업이 지속될 경우, 눈에 띄는 방송 파행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지역 뉴스, 라디오 뉴스 등 보도프로그램들뿐 아니라 시사 프로그램인 ‘추적 60분’ ‘시사기획 창’ ‘취재파일4321’도 시간 단축 또는 결방·대체 체재로 진행되고 있다. 김인규 사장 역시 김현석 새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새노조 집행부 5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YTN 노조는 “ ‘낙하산’ 배석규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쟁취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만큼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며 14일부터 2주간 전면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지난 3월 이후 7차례에 걸쳐 주말에 집중적으로 부분 파업을 해왔다. 이번 파업은 기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만큼 24시간 뉴스방송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민일보 역시 노사가 대화에 나섰고 일부 의견접근도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전히 고소·고발, 징계 문제 등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측(사장 박정찬)이 노조와 대화할 의지를 보여 해결 가능성이 엿보였던 연합뉴스까지 사측과의 공방전이 거세져 앞서 언급한 언론사들과 같은 양상의 투쟁이 이어질 모양새다.

 

연합뉴스 노조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전 사원의 70.9%가 박사장을 불신임했다. 투표를 반대해왔던 사측은 노조가 박 사장 신임 투표를 시작한 4일, 노조를 상대로 쟁의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에 지난 10일부터 노조는 회사 앞에 텐트 7개 동을 치고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노조는 “박 사장이 자신에 대한 평가를 인정하고 사태 해결에 나선다면 아직 대화할 기회가 남아있다”며 “특히 박 사장이 노조를 직접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그러나 이것이 또 다른 시간 끌기나 노조에 대한 공격으로 나온다면 우리는 그동안 자제해 온 모든 수단을 동원해 최고수위의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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