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5월 11일 뿌리의 집 주최로 열린 제1회 싱글맘의 날 컨퍼런스에서 참가자들이 케익 커팅식을 가지고 있다. (사진제공: 뿌리의 집)

미혼모 자녀 양육 시 정부 지원금 월 5만원 불과해
미혼모도 차별 없이 자녀 양육 가능한 사회로 바뀌어야

[천지일보=박양지 기자] 국내 입양아동의 90%는 미혼모의 자녀다. 11일 건전한 입양문화의 정착과 국내입양의 활성화를 위하여 정부가 제정한 ‘입양의 날’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입양을 장려하고 입양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행사가 치러지지만, 정작 아이를 낳은 미혼모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나 사회적 노력은 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부모 한 명과 미혼 자녀로 구성된 가구는 10년 전에 비해 41% 늘어난 159만 가구이며, 이 중 78%가 미혼모 가정이다.

이렇게 미혼모 가정이 우리나라의 새로운 가족 형태로 자리 잡고 있지만, 설문조사 결과 많은 미혼모가 실질적 지원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미혼모시설 11개소에 입소한 미혼모 238명을 대상으로 2005년 8월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미혼모 현황 및 욕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혼모 10명 중 3명이 양육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아동을 양육하기로 결정한 미혼모의 경우 필요한 도움에 대해 43.8%가 ‘경제적 지원’을 꼽았다.

또한 입양을 선택한 미혼모에게 가장 힘들었던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라는 응답이 46.1%로 가장 높았으며 ‘아이에 대한 미련’이라는 답도 34.6%나 됐다. 이들이 아이를 양육할 수 없는 주요한 이유 역시 ‘경제적 문제’라는 응답이 42%로 가장 많았다.

현재 미혼모가 아이를 입양 보내지 않고 직접 양육하겠다고 결정했을 때 법정한부모 제도를 통해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은 한 달에 5만 원. 양육시설에 월 25만 원이 지원되고 국내입양부모에게 월 10만 원이 지원되는 것을 감안하면 한참 부족한 금액이지만, 그마저도 가정에서 자체 소득이 월 120만 원 이상 발생하면 지원이 중단된다.

토지주택공사의 전세임대주택 신청도 ‘부양가족 수’나 ‘자활프로그램 참여 여부’ ‘연속 거주기간’ 등 한부모가정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어, 결국 미혼모에게 배정되는 전세임대주택은 10%가 채 안 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미혼모가 주로 찾는 곳은 정부지원금을 받는 미혼모 시설인 모자원인데, 모자원에서 생활할 경우 미혼모가정임이 주변에 노출돼 이웃이나 주변인으로부터 편견어린 시선을 받게 된다.

이같이 미혼모가 아이를 낳아 직접 기르고 싶어도 미혼모에 대한 각종 지원 부족과 사회적인 차별 등으로 인해 양육을 포기하는 사례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8년째 홀로 자녀를 키우며 생활하고 있는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최형숙 기획홍보팀장은 “시설에 거주하지 않고 집을 구해 산다면 120만 원 이하로 벌어서는 도저히 생활이 불가능한데, 그 이상 벌 경우 법정한부모 혜택이 모두 없어진다”고 밝히며 “아이가 크면 클수록 더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정부의 경제적 지원은 너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 팀장은 사회의 부정적 인식과 관련,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아이가 생활하고 있는 유치원에 한 학부모가 찾아와 내 아들 이름을 대며 ‘내 아들과 함께 노는 아이가 미혼모 아들이라던데, 나는 그런 아이와 내 아이가 노는 것이 싫으니 조치해달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며 “아이에게 너무 미안했고, 너무 많이 울어서 아이를 보지 못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중국, 에티오피아, 러시아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수가 미국으로 입양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은 16만 3696명을 해외로 입양 보냈다. 통계에 합산되지 않은 비공식적 해외 입양을 고려하면 해외 입양인 수는 2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 문제 등으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미혼모에 대한 지원과 사회적 인식 개선 없이 입양을 장려하는 것은 안일한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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