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스님이 도선사 범종각 내에 설치된 종을 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108계단을 내려오는 길에 가까이서 힘찬 북소리가 들린다. 계단 밑에 있는 범종각에서 나는 소리다.

계단 끝으로 내려와 바라보니, 한 스님이 장단에 맞춰 연신 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범종각은 사찰 사물인 범종, 운판, 법고, 목어를 모두 갖췄다. 스님은 북을 친 후에는 커다란 범종을 치기 시작했다. 종소리의 울림은 매우 크고, 끊길 듯 끊기지 않고 소리가 이어졌다. 사람들의 발길도 모두 이곳으로 모였다. 산 중턱에서 울리는 종소리는 사방으로 웅장하게 퍼져갔다.

◆12지신상을 모신 곳
범종각을 지나 몇 걸음 더 걸으니 부조로 된 12지 동물을 만날 수 있었다.

쥐띠(子)를 시작으로, 소띠(丑), 호랑이띠(寅), 토끼띠(卯), 용띠(辰), 뱀띠(巳), 말띠(午), 양띠(未), 원숭이띠(申), 닭띠(酉), 개띠(戌), 돼지띠(亥)에 이르기까지 각 동물의 성격에 어울리도록 표현이 돼 있다. 머리 부분은 동물의 모습이지만 몸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부조들 옆에는 각 띠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 도선사에 있는 12지신상. 부조 옆에는 각 띠와 관련한 설명이 적혀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예를 들면 양 부조 옆에는 “나는 순진하고 부드러움을 좋아하는 자연의 총아, 남을 신뢰하고 신뢰로써 보답 받는다. 운명의 나의 용모에 미소 짓고 나의 온화한 사랑 속에서 만물은 피어난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

12지신상을 찾은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띠를 찾아 설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이 부조상들은 단순한 조각이 아니라 절에서 모시는 존재들이기 때문에 맞은편에 놓인 의자에 앉아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불교에서는 하늘에 10가지 기운 곧 십간(十干)이 있으며, 땅에는 12가지 기운 곧 12지(十二支)가 있다고 믿어 12지신상을 모셔 왔다.

◆명부전과 보리수
12지신상을 지나면 한쪽에 세워진 명부전을 만날 수 있다. 1990년대 초반에 지어진 명부전 안에는 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의 아내인 육영수 여사의 영정이 봉안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불사를 지원하는 등 도선사와 깊은 연을 맺었다고 한다.

명부전 옆에는 부처가 그 아래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전하는 ‘보리수’가 심겨 있다. 실은 인도의 ‘보리수’와는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비슷한 ‘피나무’를 보리수라고 부른다.

명부전을 거쳐 화려한 연등이 수놓은 널찍한 마당으로 들어섰다. 이 마당을 중심으로 대웅전, 천불전, 삼성각 등 중요 전각들이 모여 있다.

그중 삼성각에 모셔져 있는 나반존자상은 ‘석 독성상’으로 유명한데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92호로 지정돼 있다. 삼성각 내부에는 중앙 정면에 삼존불이 모셔져 있으며, 한쪽에 나반존자상이 모셔져 있다.

나반존자는 부처가 되기 위해 수행을 하고 있는 존재를 표현한 앉은 모습이 매우 다소곳하다. 한 손은 바닥을 짚고 있고, 다른 손은 다리를 세워 그 위에 올려놓았다. 특히 석 나반존자상은 드물어 그 가치가 높이 평가되고 있다. 색을 덧칠하기는 했으나 바래고 해진 모습에서 시간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34호로 지정된 도선사 마애불은 영험한 기도처로 널리 알려져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투박한 마애불
도선사 마애불(서울시 유형문화재 제34호)은 사찰 전각들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대웅전에서 층층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작은 문을 만나게 된다. 이 작은 문을 통과하면 빨간 연등이 가득 달린 마당이 펼쳐진다.

몇몇 사람들은 작은 장판을 펴놓고 기도를 올리기도 했고, 작은 책상을 놓고 불경을 공부하기도 했다.

연등이 하늘을 가리고 있어 커다란 마애불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앞쪽으로 가까이 가니 비로소 마애불이 그 모습을 나타냈다.

높이 8.43m에 이르는 이 마애불은 넓적한 사각형 얼굴을 하고 있다. 얼굴에서는 뭉툭한 코가 유난히 눈에 띄며, 귀는 얼굴 길이만하다.

몸도 대체적으로 네모나며 특별한 장식 없이 매우 투박한 모습을 하고 있다.

얼굴 부분이 붉은빛을 띠는 이 마애불은 조선시대에 만들어졌으며, 당시 가장 큰 특이한 불상으로 중요시되기도 했다.

삼각산 자락의 커다란 암석은 사람의 손을 거쳐 부처가 됐고, 사람들은 이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다. 금동불상들처럼 화려하지도, 준수한 외모를 가진 것도 아니지만, 그곳에서 기도를 올리는 이들의 모습은 매우 진지하고 간절해 보였다. 이 마애불은 영험한 기도처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도선사에 가기 위해서는 지하철 4호선 수유역 3번 출구로 나와 우이동 방향 120번, 153번 버스 등을 타고 종점에서 하차해 산을 오르거나, 종점 맞은편에서 30~40분마다 운행되는 신도행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 도선사 내 걸려 있는 여러 색의 연등들이 사찰을 한층 더 화사롭게 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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