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실을 소재로 한 드라마 ‘더킹 투하츠’의 한 장면. (사진출처: 드라마 홈페이지 캡처)

황실복원 찬반여론
10명 중 4명이 찬성해
황손 “상징적 존재 필요”

영국 왕실 유지 논란
찬 “관광수입원 국익 도움”
반 “왕실 유지비용 막대해”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우리나라도 만약 영국과 일본처럼 대통령 중심제가 아닌 입헌군주제 국가였다면 어떠했을까. ‘궁’ ‘마이 프린세스’에 이어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더킹 투하츠’는 모두 한국이 입헌군주제 국가라는 가상 설정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드라마다.

왕대비, 왕과 왕제, 공주 등 우리가 평소 거의 접해보지 못한 로열패밀리들의 명칭이 낯설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가 입헌군주제가 돼 황실이 복원된다면 그 득과 실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먼저 입헌군주제란 군주(왕)의 권력이 헌법에 의해 일정한 제약을 받는 정치 체제를 의미한다. 즉 군주는 존재하나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왕은 국가의 상징적인 존재로 남고, 모든 정치는 입법부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는 17세기경 절대군주를 타도하고 권력분립의 근대국가를 형성한 영국이 맨 처음 확립한 제도이며, 가까운 나라 일본을 비롯해 스페인, 네덜란드, 덴마크, 태국 등 약 20개 나라가 입헌군주제를 시행하고 있다.

왕은 한 나라의 수장으로서만 있고, 나라를 통치하는 역할은 선거를 통해 당선된 총리가 거의 담당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와는 달리 드라마 ‘마이 프린세스’에서는 입법부와 대통령, 사법부의 삼권분립의 균형체제를 지금과 같이 그대로 유지한 채 황실이 존재하는 모습을 그리기도 했다.

황실존재, 득과 실은?
지금껏 대한민국의 황실복원을 두고 찬반이 엇갈려왔다. 실존재에 따른 장점으로는 대표적으로 영국을 비추어 볼 때, 상징적인 의미로 국민을 단결시키고 왕실이라는 아이템을 관광 및 세계 매스컴의 관심을 끄는 콘텐츠로 사용해 국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왕실의 결혼 소식이라든지 왕자, 공주 등의 활동은 전 세계의 이목을 끈다. 작년만 해도 영국 윌리엄 왕자의 결혼 소식은 ‘세기의 결혼식’이라며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지난해 4월 29일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자는 런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일반인 케이트 미들턴과 결혼식을 치렀다.

이날 결혼식은 영국의 유명 인사들과 각국 외교사절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생방송 됐는가 하면 다음날에는 국내외 각 언론사마다 메인 탑으로 크게 소식이 다뤄지는 등 당시 최고의 화제였다. 수많은 인파가 양옆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윌리엄 부부가 뚜껑이 없는 랜도 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향하는 모습은 영국의 전통적인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뽐내기에 충분했다.

또한 버킹엄궁과 윈저성 근위병 교대의식은 세계적인 관광상품이 됐으며, 2007년에는 최초로 금기를 깨고 여군이 경비 업무를 맡아 화제가 되는 등 왕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관련된 다양한 이슈를 쏟아낸다.

특히 버킹엄궁 근위병 교대의식은 한국의 덕수궁, 경복궁의 왕궁수문장교대의식이 탄생하는 데 모델이 됐다. 이처럼 왕실은 존재감만으로 한 국가의 상징이 되기도 하며, 다양한 문화아이템이 돼 관광수입은 물론 그 외에 일자리 창출 등의 국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반대로 단점도 있다. 대표적인 게 왕실 유지비용으로 인해 국고가 낭비된다는 점이다. 영국은 왕실로 인해 얻는 수익 효과도 크지만, 유지비로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왕궁 유지비용과 왕실 직원 인건비 등으로 쓰이는 많은 비용이 세금으로 소요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 지원을 통해서만 들어간 영국 왕실 유지비는 3210만 파운드(약 577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왕실에 반대하는 공화주의자들은 “실제 잡히지 않은 간접 지원이 많기 때문에 왕실 유지비용은 상상 이상으로 더욱 많을 것”이라며 “군주제는 돈이 매우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영국 왕실은 18세기 중반부터 왕실 소유의 재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매년 의회의 직접 지원금과 정부 각 부처의 보조금을 받으며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황실복원에 대한 여론 입장은
그럼 우리나라의 황실복원에 대한 여론의 입장은 어떨까. 2년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남녀1000명을 대상으로 황실복원 찬반의견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년 전 조사한 54.5%보다 줄어든 40.4%로 나왔다. 반면 반대 의견은 23.4%로 집계됐다.

비록 찬성하는 비율이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상당수 국민이 찬성하는 쪽에 의견을 두고 있다는 얘기다.

네티즌 사이에서도 의견 이 분분하다. 아이디 ‘ha****’는 “국민의 정신적 지주가 성립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한 황실을 통해서 드라마에서 보듯이 종묘제례와 같은 의식을 전통적으로 치르고 전통의복 등을 입어서 다른 나라에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게 된다면 문화적으로 유리하다”며 찬성의 입장을 보였다.

반대로 아이디 ‘dm*******’는 “갑자기 전주이씨 조선왕실의 후손들이 만약 왕노릇 한다면 예전의 왕의 의미는 아니겠지만 국민들 입장에선 달갑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권력도 없으면서 그저 얼굴마담이나 하고 국가로부터 돈을 받는 존재들로 여겨질 것”이라며 반대의 입장을 보였다.

황손이기도 한 이석 황실문화재단 총재는 그간 언론을 통해 상징적인 황실의 존재가 필요함을 강조해 왔다. 그는 “잃어버린 역사의식이야말로 자기 민족에 대한 자존심을 버리는 행위”라며 “우리의 주된 역사가 조선왕조이고 불과 70, 80년 전까지 존재했던 게 우리 황실이다. 이러한 역사를 쉽게 잊는다면 우리 민족의 자부심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냐”며 반문한 바 있다.

 
황실복원으로 얻어질 효과는
소춘수 황실문화재단 상임이사는 본지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황실복원은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우리의 과거 문화유산이고, 그간 우리가 잊고 살았던 역사의식이나 역사관의 정립, 뿌리에 대해 생각하게 할수 있는 소중한 가치가 있다”며 복원이 갖는 상징성을 말했다. 소 상임이사는 “우리 역사문화라는 것이 민초들의 삶이 중심축이 되기도 했으나, 정통성은 아무래도 왕조를 통해 이어왔다고 본다”며 “복원으로 인해 어쩌면 국가브랜드로서 가치나 문화적․정신적인 자산이 되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 강조했다.

항간에서 우려하는 입헌군주제에 따른 단점에 대해서는 “우선 궁이 비어 있는 것보단 정말로 살아 있는문화로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며, 또 외국인에게도 좋은 관광아이템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황손들이 궁에 입성하도록 하는 것이 1단계 목표”라 밝혔다.

유지비에 대해선 “물론 유지비용이 안 들어갈 순 없다. 황실을 생각할 때 화려한 겉모습을 상상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비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며 “그러나 화려한 모습으로의 외형적인 황실복원보단 비어 있는 공간을 부활한다는 목표의식으로 시작하면 된다”고 안심시켰다.

이어 “1987년까지 우리 황족들이 적은 비용을 지원받으며 살았다”며 “굳이 국고를 열지 않아도 관광수익으로 인한 지원이 넉넉하다고 본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손 상임이사는 “흔히 사람들은 황실이 무능했기 때문에 나라가 망했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데, 우리 황실은 부단한 노력을 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황실의 모양새를 갖춘다면 존재감 자체로 우리 사회에 책무를 다할 수 있다고 본다”고 황실복원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 더킹 투하츠에서 왕제 역활의 이승기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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