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천향교 입구에 세워진 홍살문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기자 일행이 관악산 탐방 길에 들른 과천향교(전교 최종수)는 1398년 태조 7년 당시 과천현 서이리에 설립된 국립 고등교육기관으로 조선시대 말까지 학생을 가르쳤다.

그곳에서 인재가 나오지 않자, 풍수적 문제라 여겨 지금의 과천향교 자리인 관악산 자하동천 계곡 아래로 이전했다. 과천향교의 구도는 홍살문 → 외삼문 → 명륜당 → 내삼문 → 대성전으로 들어서는 전학후묘 형태를 띠고 있다. 대성전에는 공자를 비롯한 중국의 현인 두 분, 우리나라의 현인 18분 등 모두 25분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과전향교에서는 지금도 매월 음력 초하루와 보름에 분향을 봉행하고 있으며 봄과 가을에는 석전대제를 봉행한다.

21세기 향교에서 따분한 예절교육과 한자교육만 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과천향교 이희복(72) 부전교는 “과천향교에서는 세계화 시대에 맞춰 영어로 사자성어를 가르치고, 바로 옆 골프연습장을 활용한 골프교육과 서예를 비롯한 각종 체험교육까지 다양하고 수준 높은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며 달라진 향교 교육을 소개했다. 또한 “매주 토요일을 이용한 역사문화 탐방도 계획하고 있으며, 향교 교육을 통해 선현들의 정신과 문화를 익히고 예절과 학식을 갖춘 리더로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여름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2박 3일 향교스테이를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총선 대선과 맞물려 서점에선 공자의 가르침을 담은 논어가 ‘군자학’이라는 이유로 날개 돋힌 듯 팔리고 있다. 공자의 가르침을 전하는 입장에 있는 이 부전교에게 논어의 한 구절을 부탁했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하냐)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
(먼 곳에서 벗이 있어 찾아오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하냐)

人不知而不 不亦君子乎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사람이 알지 못해도 노엽게 생각지 않으면 또한 군자가 아니냐)

그는 논어 맨 첫 장 學而篇(학이편)을 읊어주었다. 배우고 익히되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아야 군자라는데, 대권에 나서면 자신을 알아달라고 호소해야만 하니 그래서 참 군자를 만나기 어려운건가 싶다.

유학을 가르치는 교육기관 향교는 고려 시대에 시작되었지만, 향교가 활성화된 것은 태조 이성계가 자신의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숭유억불정책을 펴면서부터였다.

태조는 타락한 불교가 취하고 있던 토지와 재산을 몰수해 백성에게 돌리고, 왕권강화를 위해 향교에 학전과 학노비를 하사했다. 조선 왕실이 맞불작전을 펴면서 관악의 화기를 막고자 했다면, 향교는 왕권강화에 크게 기여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관악과 그 입구에 자리한 과천향교.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해내는 둘의 모습은 ‘관악’을 미워한 세상이 관악을 사랑하게 되었듯, 관악을 향한 세상의 변화를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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