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 운다-3.비정규직③] 퇴직금·4대보험 보장 안 되는‘ 특수고용노동자’
[인권이 운다-3.비정규직③] 퇴직금·4대보험 보장 안 되는‘ 특수고용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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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청광장 부근 재능교육 빌딩 앞에 있는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 천막농성장. ⓒ천지일보(뉴스천지)


행정부에선 “노동자” VS 사법부에선 “아니야”

학습지 교사 “우리도 노동자다” 4년 넘게 농성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행정부에선 우리를 노동자로 인정해줬어요. 노동조합 설립신고 필증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노동자로서 받은 부당한 대우에 대해 노동위원회에 소를 올리면 사법부는 우리를 노동자가 아니라며 따라줄 수 없다고 합니다. 정말 말도 안됩니다!”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학습지노조 재능지부)가 농성을 한 지 무려 1600일이 지났다. 재능지부 조합원 11명은 매일 아침·점심·저녁으로 서울 시청광장 재능교육 빌딩 근처에서 묵언시위를 한다.

혜화동 본사 앞 시위는 오래전에 이미 무력으로 밀려났고, 30번의 이전 끝에 현재 자리에
서 노동자 권리를 찾고자 농성 중이다. 4년 넘게 대기업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이들은 ‘법이 바뀌어야’ 끝난다고 하소연했다.

 

▲ 서울 시청광장 부근 재능교육 빌딩 앞에 있는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 천막농성장. ⓒ천지일보(뉴스천지)

◆ 비정규직 사각지대‘ 특수고용노동자’

비정규직 사각지대인 ‘특수고용노동자(특고)’는 노동자가 받아야 할 4대보험, 퇴직금 등 기본적인 혜택은 고사하고, 노동자의 ‘노’ 자도 꺼내지 못하는 직업으로 알려져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는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보험설계사, 애니메이터, 콘크리트 믹서차·덤프트럭 운전기사, 퀵서비스직 등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위탁계약직으로 고용됐기 때문에 회사가 고용직의 노동자우선권 보호를 배제해도 법적으로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산재·고용보험 가입도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특고에 대한 특별
한 보호법은 없다”며 “개인적으로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비전형근로자는 240만여 명이며 그중 특고는 60만여 명이다.

산재·고용보험에 가입한 특고는 4개 직종(보험설계사, 콘크리트믹서차·트럭 등 운전기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 교사)에 한해 3만 3000여 명뿐이며, 여기서 학습지 교사는 전국 10만 명 교사 중 4000명만 가입했다.

이는 노동자보호법을 받는 학습지 교사가 상당히 극소수임을 뜻한다. 그럼에도 지난 2005년 대법원은 “소속 회사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신규 회원의 증가 등에 따른 수금실적에 따라 수수료 등을 지급받아 온 학습지 교사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
해 학습지노조는 불만이 많다.

학습지노조 재능지부 사무국장 오수영(39, 여) 씨는 “학습지 교사는 어떤 노동자보다 상사와의 종속관계가 구체적이고 회사로부터 지휘·감독을 받기에 노동자가 맞다”고 주장했다.

오 씨에 따르면, 학습지 교사는 ▲고정적인 회사 출근 ▲할당된 회원(구독학생) 집 방문수업 ▲학습 결과 보고 ▲할당된 가입 회원 부족 시 직접 영업활동을 뛰는 등 엄청난 부담감에 시달린다.


이밖에 교사는 회사에서 지시한 할당 회원 수를 유지하기 위해 구독을 끊은 회원 명단을 그대로 놔두고 사비를 털어 회원비를 회사에 대납한다. 실제 수급률은 70~80%지만, 회사는 96%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 서울 시청광장 부근 재능교육 빌딩 앞에 있는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 천막농성장. ⓒ천지일보(뉴스천지)

◆ “가짜회원 없이 당당하게 일하고 싶다”

지난 2001년에 입사한 오 씨는 가짜회원 만드는 일에 이골이 났다. 근로자 권리를 찾기 위해 노조에 가입했지만 돌아온 건 2008년 회사로부터 받은 일방적인 해고통보였다.

노조 측은 가짜회원을 만들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학습지 회사의 고질병이라고 답했다. 학습지 교사의 임금은 회원비의 35~55% 정도의 수수료다. 회원 수에 따라 수수료가 달라지기 때문에 대부분 부정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이 씨는 말했다.

한 회원당 회원비는 과목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3만 5000원 선이다. 보통 한 교사가 가르치는 교재는 과목 및 학년별로 200여 개다.

한 달 월급이 250만 원일 경우, 영업일을 포함한 유류비, 방문 교통비, 상담 통신비, 식사비 그리고 가짜회원 회비까지 대납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남는 돈은 100만 원 남짓이다. 이 돈도 다음 영업을 위한 최소한의 자금이다.

최근 노조로부터 걸려온 전화 내용에 대해 오 씨는 “요즘엔 ‘회사를 어떻게 그만둘 수 있느냐’는 질문이 많이 걸려온다”며 “‘한 사람당 20명의 가짜회원을 안고 가다 보니 개인 지출이 심각하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 “학습지 교사도 노동자입니다”

재능지부는 지난 1999년 행정부의 인정 하에 설립됐고, 이듬해 회사와 단체협약까지 맺어 노동자로 인정받는 듯했다. 하지만 회사가 2008년 조합원(지부장 유명자, 사무국장 오수영)을 해고했고, 재능지부는 이 사태를 단체협약 파기로 봤다.

결국 재능지부는 회사에 ▲단체협약 갱신 ▲해고자 원직 복직 ▲민형사상 처벌을 없애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지난해 4월 회사는 노조의 요구조건을 받아들였지만 ‘단체협약’만큼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능지부는 “반드시 노동자로 인정받겠다”며 회사가 수용한 제안을 모두 거부한 채 단체협약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현재 회사 측도 답답한 건 마찬가지다. 재능교육 홍보팀 관계자는 “재능지부와의 단체협약을 인정하면, 다른 특고도 단체협약을 주장하고, 결국 비정규직이 사회 전체 문제로 확대돼 여파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일개 기업이 단체협약을 인정하긴 어렵다”며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하는 법이 만들어진다면 회사의 입장도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재능지부는 ‘특고도 노동권을 보장해 달라’는 입법청원을 하고 있지만 아직 국회에선 큰 움직임이 없다.

앞으로 특고로 인해 벌어질 노사 간 분쟁이 언제 끝날진 미지수다. 노동자 선정 여부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애매한 만큼 노동자의 인권보장을 위한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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