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 김규식 살던 ‘삼청장’ 청와대-홍석현 땅거래 속 사장될 위기
우사 김규식 살던 ‘삼청장’ 청와대-홍석현 땅거래 속 사장될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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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후(정치외교학 박사) 우사김규식선생기념사업회 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이기후 기념사업회 회장 “역사적 장소 보존해야”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우사(尤史) 김규식 박사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살던 집이 청와대와 한 유력 언론사 회장 사이의 땅 맞교환 논란 속에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정치인이었던 김 박사가 살던 집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청와대에 맞교환으로 넘긴 종로구 삼청동 땅에 있는 한옥인 ‘삼청장’이다. 역사적 가치를 보존해야 할 집이 이리저리 바뀌는 소유권으로 앞날을 알 수 없는 상태에 놓인 것이다. 이곳에 기념관을 지으려던 우사김규식선생기념사업회 이기후 회장은 “근현대사의 교육적 가치를 간과해선 안 된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홍석현 회장-청와대 삼청동 땅 맞교환 논란

홍석현 회장은 지난 2008년 공매에서 문제의 땅인 종로구 삼청동 145-20번지(1544㎡, 약 468평)를 감정가인 78억 6000만 원보다 훨씬 낮은 가격인 40억 1천만 원에 낙찰받았다. 여기엔 김 박사가 기거했던 목조건물인 삼청장(294㎡, 약 89평)이 포함됐다. 이듬해 2월 소유권 이전을 마친 홍 회장은 2011년 2월 이 땅을 다시 청와대 소유의 땅과 맞교환했다.

당시 홍 회장이 삼청동 땅을 넘긴 대가로 청와대로부터 받은 땅은 종로구 통의동 35-32, 33번지(613.5㎡, 185평)로 공시지가는 27억 원이지만, 실제 시세는 65~90억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맞교환 과정에서 최소 25억 원의 시세 차익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는 불특정 다수의 접근을 막기 위한 경호상의 이유로 삼청동 땅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청장은 김규식 박사의 역사가 서린 곳

홍 회장이 처음에 구입했던 삼청동 땅은 1925년 친일파 민영휘의 막내아들인 민규식이 구입한 것이다. 김 박사의 유치원 동기였던 민규식은 1945년 광복 당시 별장으로 쓰던 삼청장에 김 박사의 가족과 친척이 살도록 했다. 하지만 그의 후손들이 부동산세를 체납하면서 땅과 건물은 국가에 귀속됐다. 이것이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공매로 나왔던 것이다. 홍 회장이 공매에 참여했을 당시엔 청와대 인근이라는 지역 특수성 때문에 낙찰가가 크게 떨어졌다.

지난 1881년에 태어난 김 박사는 미국 선교사 언더우드의 양자로 자란 뒤 미국에서 공부했다. 귀국해 교육활동을 하던 중 일본 검속을 피해 중국으로 망명해 항일독립운동과 정치활동에 매진했다. 1919년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파리강화회의에 한국 대표로 파견됐다. 1935년엔 임시정부 내에 민족혁명당을 창당했으며, 1942년엔 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냈다. 1945년 광복과 함께 귀국한 뒤에는 종로구 삼청장에 기거하면서 남북협상에 매진했다. 5년 뒤 발발한 6.25 전쟁 중 납북된 뒤 북송 과정에서 객사했다.

◆“흔적까지 없애는 게 후손이 할 짓인가”

이기후 회장은 “김규식 박사는 평생을 해외에서 풍찬노숙하면서 독립운동을 하고 납북까지 당했는데, 이렇게 흔적조차 없애는 게 후손으로서 할 짓이냐”고 말했다. 그는 삼청장에 대해 “대한민국의 운명이 왔다 갔다 했던 역사적인 장소”라며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서울시가 백범 김구나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문화재는 보존하기로 하면서 왜 김규식 박사나 해공 신익희 선생 같은 인물은 빼놓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김 박사의 기념관을 짓기 위해 김 박사가 납북되기 전까지 살았던 삼청장의 위치를 수소문했으나 찾지 못했다. 그러다가 제보를 통해 해당 위치를 찾았으나, 청와대와 홍 회장의 땅 맞교환으로 소유권이 청와대로 넘어간 상태여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게 됐다. 그는 김 박사를 기념하고 근현대사 교육의 현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단 몇 평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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