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근로자의날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단원들이 ‘비정규직 철폐’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이솜 기자] ⓒ천지일보(뉴스천지)


“비정규직도 ‘노동자’입니다”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비정규직은 노동부의 정의에 의하면 계약직, 일용직,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를 말한다. 회사에 정식으로 고용이 돼 권리를 행사하며 의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정규직과는 달리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한 가운데 일해야 하는 것이 비정규직이다.

곧 기업의 고용불안으로 정리해고가 시행되면 가장 먼저 해고되는 것이 비정규직 근로자이기 때문에 이들은 시한부 근로자나 다름없는 셈이다. 그래서 늘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불안한 마음으로 일해야 하는 것이 이들이다. 실업자가 늘어나는 마당에 그나마 비정규직이라도 감사하며 일해야 한다지만 마음은 불편하다.

해가 바뀔수록 비정규직이 증가하자 정부는 이들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2007년 7월부터 비정규직 보호법을 시행하고 있다. 정규직과 동일 업무를 맡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한 차별시정 제도다.

그러나 이러한 법이 있어도 거의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직 근로자 중 보조출연자(엑스트라)와 학습지 교사의 근로환경 실태에 대해 알아봤다. 좋은 근로 환경을 꿈꾸고 있는 이들에겐 현실은 그저 ‘아주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 연도별 비정규직 근로자 규모 및 비율 (자료출처: 고용노동부)


◆ 보조출연자의 충격 증언
영화촬영을 위해 인덕원에 가고 있다. 촬영은 9시에 시작하는데 매번 6시에 집합을 시킨다. 새벽부터 집합을 시키고는 인솔자는 순서 없이 골라 일을 시킨다. 나머지는 그냥 돌려보낸다. 차비는 한 푼도 주지 않는다. 그래도 말없이 되돌아간다. ‘찍히면’ 다음에도 퇴짜 놓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배정을 받아 2~3시간 수염을 붙이고 분장을 하고 의상을 갈아입는다. 의상은 몇 달째 세탁을 안 했는지 땀 냄새가 풍긴다. 온갖 오물 냄새도 난다. 그래도 군말 없이 촬영에 임한다.

점심도 저녁식사 시간이 아닌 새참을 먹을 시간에 밥을 주는 것이 태반이다. 주먹밥이나 김밥을 달랑 하나씩 주는데도 밥값으로 5천 원을 따로 내야 한다. 화장실도 없고, 탈의실도 없다.

최저임금에 인간 이하의 대접, 언어 폭행, 간이시설물, 심지어 성상납까지, 이 바닥에선 낯선 이야기도 아니다.

이는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 촬영 현장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제1회 비정규노동 수기 공모전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된 인영자(49) 씨가 실제 직접 겪은 것을 증언한 내용이다. 인 씨 외에도 보조출연자가 들려주는 촬영현장은 포로수용소 내지 삼청교육대를 연상시킨다.

흔히 ‘엑스트라’라고 불리는 보조출연자는 드라마, 영화, CF 등에 잠깐 등장하거나, 혹은 얼굴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말 그대로 ‘보조’로 출연하는 노동자를 일컫는다. 현재 보조출연 노동자는 작년 기준으로 전국 20만, 서울에 10만 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TV속에 자신의 모습이 잠깐이나마 나올 수 있어 즐거울 법도 하지만 촬영 현장은 고통과 비애의 연속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