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는 말이 없으나 하늘도 땅도 진실 알아
기자의 사명은 진실 전파… 공정성 잃으면 ‘펜’ 놔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일반 언론을 비롯해 교계 언론은 만취한 남편이 아내를 목 졸라 숨지게 한 최근 사건을 너도나도 기사로 다뤘다. 1차로 3월 사건 발생 보도를 뉴시스, 문화일보, 머니투데이 등 일반 언론들이 스트레이트 기사로 작성했다.

사망한 아내가 신천지 신도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너도나도 해당 사건을 보도했다. 4월 기자회견 후에는 CBS, CTS, 교회와 신앙, 뉴스앤조이 등 교계언론들이 일제히 나서 심층 취재 기사로 다뤘다.

사건이 사회적인 문제로 파장이 커지면서 기사에 목마른 언론에게는 좋은 기사거리가 됐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심층 취재 기사를 다룬 일반 언론이나, 교계지 어디에도 이 사건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신천지 측의 코멘트를 싣지 않았다는 것이다. 언론은 일제히 숨진 전 씨가 마치 신천지 광신도였던 것처럼 몰아가며 신천지를 문제시했다. 전 씨와 신천지의 입장은 어디에도 밝혀지지 않았다.

본지는 이번 사태를 취재하고자 신천지 측과 접촉을 시도했다. 해당 신천지 교회 민태호 섭외부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취재를 요청한 언론은 단 한 곳 CBS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CBS기사 어느 부분에서도 신천지 측의 코멘트는 찾아 볼 수 없다. 민 부장은 “소속 신도가 죽은 것도 너무 가슴 아픈데, 망자를 서슴없이 비난하고 이를 통해 신천지를 매장하려는 언론의 보도행태가 너무 어이없다”고 토로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교계 대표적인 방송인 CBS, CTS, 뉴스미션, 뉴스앤조이, 노컷 뉴스, 교회와 신앙 등에 연락을 취했다. 가까스로 연락이 닿은 기자는 '교회와 신앙' 기자였다. 그는 기사와 관련해 말을 하지 않겠다면서 답변을 거부했다.

다른 교계 언론 기자와도 접촉을 시도했다. 전화를 받은 교계 언론 편집국 기자는 통화하려는 사유를 물었고, 해당 기자와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몇 초 후 당황하는 목소리로 갑자기 연락을 할 수 없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피해자의 두 딸이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가 주최한 기자회견에 나서 부모가 종교갈등을 겪었으며, 아버지가 이 때문에 괴로워했다고 밝히자 망자에 대한 비난은 더욱 힘을 얻었다.

두 딸의 기자회견을 다룬 기자들은 두 딸이 말한 내용의 사실여부에 대해서도 신천지 측의 입장은 배제했다. 기사 내용만으로 보면 해명할 기회도 없이 신천지가 일방적으로 언론에 몰매를 맞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사건을 다룬 대부분의 언론은 망자가 신천지에 다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살인한 남편 허 씨의 살인죄가 가벼워져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신천지에 다니면 살해를 당해도 억울할 게 없다는 논리다. 물론 교계 언론이 양측 입장 확인을 위해 노력을 아예 안한 것은 아니다. 신천지를 비방하는 단체로 알려진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와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의회’의 코멘트를 실었다.

이번 기자회견에 나온 신현욱 소장과 이덕술 회장은 대표적인 신천지 개종상담사로 알려져 있다. 어떤 사건이든 피해자나 가해자의 입장을 그대로 싣는 것은 언론취재의 기본이다.

금번 사건의 경우 교계지는 물론 일반 언론까지 약속이나 한 듯 신천지 신도가 피해자임에도 가해자인 남편을 두둔하고 있다. 그리고 생업 때문에 교회 출석만 겨우했던 피해자를 광신도로 몰아가며, 신천지가 가정파괴를 조장한냥 보도하고 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래서 산 사람이라도 살리려고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공정하지 못한 언론은 이미 그 존재이유를 잃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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