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날을 앞둔 지난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어린이들이 밝게 웃으며 잔디밭을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가정의 달 5월에는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 가족과 관련된 다양한 기념일이 많다. 학교에는 교가(校歌)가 있고, 회사에는 사가(社歌)가 있는 것처럼 입학식, 졸업식 등 각 기념일이나 행사 때에 불리는 해당 기념곡들이 있다. 기억에서 잊히고 있는 5월의 기념곡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떠올려 본다. 이와 함께 각 기념일에 얽혀 있는 에피소드도 조명해 본다.

새 미래 희망 품은 노래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 오늘은 어린이 날 우리들 세상.”

해마다 5월 5일이 되면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어린이 날 노래다. ‘반달’이란 노래로 잘 알려진 윤극영(1903∼1988)이 곡을 쓰고, 윤석중(1911~2003)이 가사를 입혀 완성됐다. 1948년 5월부터 불린 노래는 어린이는 물론이고, 어린이를 사랑하는 모든 이의 애창곡으로 자리를 굳혔다.

2절은 “우리가 자라면 나라의 일꾼 / 손잡고 나가자 서로 정답게”라는 가사로 새 시대를 이끌어갈 어린이들에게 일제 식민 치하의 설움을 이기고 나라의 주역이 되자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가사를 쓴 동요의 아버지 윤석중은 식민지로 인한 상실의 시대 속에서 어린이들로부터 싹트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4분의 2박자 바장조의 행진곡조인 어린이 날 노래는 어린이의 밝고 맑은 기상이 넘치는 발랄한 곡이다. 윤석중이 가사를 쓰고 노래를 첫 발표한 것은 1946년이었다. 하지만 첫 곡을 썼던 안기영이 월북해 1948년에 윤극영이 다시 작곡, 오늘날까지 불리고 있다.

높고 높은 어버이 은혜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 나는 나는 높은 게 또 하나있지 /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님 은혜 / 푸른 하늘 그보다도 높은 것 같아.”

‘어머님의 은혜’라는 제목으로 잘 알려진 이 노래는 어버이 날이 되면 즐겨 부르는 곡이다. 기독교의 어린이 찬송가에 먼저 실리고 점차 통용돼 어버이 날을 대표하는 대중 곡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작품의 작사가 역시 목사 출신으로, 이 곡의 가사는 故 윤춘병 목사가 1948년에 발간한 그의 동요집 ‘산난초’에서 처음 발표됐다.

곡은 8분의 6박자 라장조의 서정적 가락으로 전개된다. 가사에는 낳으시고 길러주신 어머니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의미가 잘 내포돼 있다.

한때 이 곡은 어버이 날에 부르는 곡인데도 제목과 내용에 모두 어머니에 대한 내용만 등장하고 아버지의 이야기가 없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목사가 작사하고 교회음악 위주로 작곡하던 작곡가가 함께 만든 것과 기독교 찬송가에 실린 것으로 보아 ‘어머니’만 강조된 것이 기독교적인 측면에서 의도된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참 배움 준 스승에 감사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스승의 날 노래’는 매년 5월 15일이 되면 고마운 은사들을 향해 학생들이 부르는 곡이다. 강소천이 작사하고, 권길상이 작곡했다. 강소천(1915∼1963)은 마해송(馬海松) 등과 함께 ‘어린이헌장’의 기초를 닦고 반포하는 데에도 힘썼다. 그는 故 윤석중이 시도한 시적 동요를 계승해 동시가 출현하는 데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사람 중의 하나로 꼽힌다. 그의 동요와 동시는 낭만적 기조 위에 자연에 대한 섬세한 관찰로 이미지 형성에 주력한 것이 특징이다.

또 졸업식 날에도 ‘스승의 날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데, 이날에는 ‘졸업식 노래’가 대표적으로 불린다. 광복 후 첫 졸업식부터 사용돼 오늘날까지 통용되고 있는 ‘졸업식 노래’는 4분의 4박자 다장조로, 엄숙하고 다정한 감정을 살린 노랫말과 선율이 특징이다.

이 노래는 초등학교의 의식가(儀式歌)로서 오랜 세월동안 불려 내려오는 의미있는 노래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