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순휘(한국국방문화혁신포럼 대표)
우선 살인마의 계획적인 기습공격에 피해를 당한 고인(故人)의 명복(冥福)을 진심으로 빈다.

지난 4월 1일 발생한 ‘여성 살인 토막사건’의 안타까운 사연은 우리사회의 안전을 돌아보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 사건을 우리의 안보상황으로 재해석을 한다면 참으로 끔찍한 가상 시나리오를 떠올리게 된다. 이 살인사건에서 살인마는 계획된 기습을 통해 일상을 마치고 귀가하던 피해여성을 폭행하고 납치했다. 여성은 감금된 상황에서 침착하게 112에 피해상황을 신고했지만 신고 받은 경찰은 죽어가는 피해자의 간절하고 긴박한 구원요청을 외면한 무능한 상황조치를 했다.

생생한 녹취록에 담긴 정답오문(正答誤問)식의 상황접수 통화실황은 살고 싶었던 피해자의 처절한 울부짖음을 오판(誤判)하였고, 우왕좌왕하는 부적절한 상황조치로 인해 결국 피해자가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다음날 살인마를 검거하면서 사건은 끝났지만 피해자가 기습을 당하고 살려달라며 외친 부르짖음은 허공의 메아리였을 뿐, 그 많은 경찰병력과 이웃주민들은 아무런 도움이 못되었다는 냉정한 현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가상시나리오가 아닌 실제 발생사건 내용의 전말이다.

“다음은 가정이다. 2012년 6월 25일 밤 10시 50분에 북한군은 기습적으로 공격을 개시한다. 전 전선에서 동시에 쏘아대는 북한군의 포병화력은 1시간 30분만에 소나기처럼 쏟아진다. 장사정포와 방사포(5100문) 및 미사일을 보유한 북한포병은 가공할 집중화력으로 쏟아 붓는다. 종심 50Km 이내 모든 시설타격을 목표로 무차별 집중사격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가운데, 군사목표와 민간지역목표를 구분하지 않고 무차별 사격을 하고 있다. 삽시간에 전방철책부터 전선의 벙커와 종심의 각종 군사시설이 파괴되고 있다.

주민 거주지역을 중심으로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인의 피해가 엄청나게 발생하고 있다. 각종 공공시설이 피폭되면서 사회통제기능과 주민은 죽거나 다칠 위험에 노출된 상태이다. 시간이 갈수록 피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아비규환의 처참한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날이 밝으면서 군도 상황파악을 하고 있으나 동시다발적인 공격에 속수무책이다.

한국 정부는 즉각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긴급히 상황파악을 서두르고 있으나 전방에서는 적의 무자비한 포격과 공격을 호소할 뿐 적의 공격규모조차 파악을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합참과 각 야전군사령부는 동원령에 따라 증원병력을 소집하는 한편, 전방상황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합참은 적이 공격한 지 8시간이 지나도록 적의 공격이 전면전인지 국지전인지도 파악이 안 되어서 미합참과의 전략협조방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안보위원회(NSC) 소집을 오전 10시에 했다. 청와대 주변도 피폭으로 파괴되었으며, 지하벙커는 안전하나 통신시설이 파괴되어 정상적인 회의준비도 못한 상태로 회의를 진행했다. 미국 국무성과 국방성에 북한의 공격사실만을 통보하였고, 작계시생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미국에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하여 증원군을 요청하였으나 미국정부는 전쟁발발이 사실인지 여부를 우선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의 여론이 전쟁개입은 너무 늦었다는 분위기로 돌아가면서 증원에 대하여 회의적으로 변하고 있다. 주일미군의 긴급출동준비를 지시했을 뿐이고, 구체적인 증원병력 투입결정을 미루고 있다. 미국은 비공식 외신으로 한국 내 후방지역에 북한군 특수부대병력이 집중적으로 공중투하돼 무차별 공격을 개시했다는 급박한 상황을 접수하고 당황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신속한 개입과 증원군을 거듭 요청하고 있으나…<생략>”

상기 내용은 가상 시나리오지만 적화통일을 국시(國是)로 하는 북한이 언제라도 저지를 수 있는 남침의 악몽이다. 북한군의 전투력과 작전술을 고려할 때 그들은 ① 기습포격 및 미사일공격 ② 특수전부대 전후방지역 동시투입 ③ 기계화군단 투입공격 ④ 공군의 종심목표 타격 ⑤ 잠수함중심의 해군기습공격 등 상상불허(想像不許)의 충분한 공격능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북한의 절대 우위의 비대칭전력인 화생방공격과 핵공격까지 가세한다면 그 피해결과는 추정이 불가하게 될 것이다.

만일 지금 당장 이 순간에 북한의 기습공격이 전후방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된다면 국가적 혼란은 수습이 불가할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이러한 국가위기에서 우리가 지원을 요청할 나라는 동맹국인 미국뿐이다. 그러나 1950년대의 미국과 오늘날 미국의 상황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지 않는가? 주한미군 2만 8500명의 전투참여는 자동이지만 1950년 6.25전쟁 시처럼 주일 미군의 즉각 개입은 불가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전쟁개입과 동원병력을 움직이는 데 미의회의 인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최소한 60일은 걸린다고 한다. 전쟁발발 60일 이후라면 한반도의 상황은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해있을 게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더욱이 군사강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미국의 개입을 반대한다면 전쟁지원 결정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휴전 이래로 존속(存續)해온 유엔군사령부가 있더라도 파병할지 안 할지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자주적인 국방력을 육성하지 않고 북한을 상대로 국가를 지켜나간다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모험이 될 것이다.

서두에 언급한 이 살인사건을 굳이 국가안보(國家安保)와 비유하다는 것은 다소 불편한 담론(談論)이지만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사 시 북한이 저지를 전쟁도발에 대비한 지혜를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이 김정은 체제로 가는 과정에서 무슨 짓거리를 할지 모르는 안보상황이기에 국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사회의 안보상 가장 큰 문제점은 적보다도 우리 내부의 안보외면증(安保外面症)이다. 바야흐로 안보위기의 시대이다. 자고로 유비무환(有備無患), 무비유환(無備有患)을 상기시키는 시대임이 틀림없다. 국가는 우리 스스로 지킬 힘이 없으면 다른 나라가 지켜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자다보면 어쩌다 악몽을 꾸기도 한다. 악몽에서 깨면 다행인데 그게 현실이라면 어떻겠는가. 안보의 악몽은 꾸지 말아야 한다. 그렇기에 여성 살인사건의 또 다른 가해자는 그녀를 지켜주지 못한 바로 우리사회의 허술한 안전망이 아닐까? 더 나아가 국가도 또 다른 피해자가 돼 처참하게 당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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