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장애인노동상담센터 조호근 팀장.ⓒ천지일보(뉴스천지)

장애인 고용률 높다지만… ‘입사 시작이 왕따 시작’

[천지일보=박양지 기자] “장애인 취업률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포장만 그럴듯하게 해 놓은 겁니다. 가장 중요한 건 고용 유지인데 부당해고나 부당처우, 사내 인권침해 등의 현실을 보면 취업률이 큰 의미가 없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어요”

(사)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부설기관인 장애인노동상담센터에서 장애인 노동자의 상담 업무를 맡고 있는 조호근 팀장은 장애인 근로자가 처한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이같이 말했다.

비타민 D 결핍으로 인해 뼈가 약해지면서 휘는 ‘구루병’을 앓고 있는 조 팀장은 장애인의 취업 현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컴퓨터 프로그래밍 자격도 갖췄지만 지체장애가 있다는 이유 때문에 이력서를 넣은 곳마다 줄줄이 탈락했다. 지인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입사한 연구실에서 역시 장애를 이유로 승진 대상에서 제외됐다.

조 팀장은 “더구나 현재 40대 이상 장애인 대부분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초등학교밖에 다니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나름 대학교육까지 받은 나도 이런 차별을 받는데 제대로 교육을 못 받은 장애인은 오죽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그는 “우리나라 중증 장애인의 90% 이상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근무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같이 규모가 영세한 사업장은 비장애인 근로자도 생활수준이 높지 않은 경우가 많고, 보다 많이 일해서 돈을 버는 데 집중하다 보니 인식 개선 교육도 쉽지 않다”고 말하며 “그러다 보니 장애인은 ‘불편한 사람, 도와줘야 되는 불쌍한 사람’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런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동료나 부하직원으로 입사하니까 평소 갖고 있던 인식이 차별 대우로 발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장애인 근로자와 상담을 하면서 이러한 편견으로 인해 발생하는 차별 대우 사례가 수도 없이 많다고 말했다.

“장애인은 취업 자체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에 한 번 취업하면 열심히 잘 해보겠다는 각오가 남달라요. 하지만 비장애인은 단순히 장애가 있다는 사실만 보고 상대를 안 합니다. 점심시간이 되면 장애인 근로자 한 명만 두고 밖에 나가버려요. 직장에 있는 내내 따돌리고 말도 걸지 않죠”

이 뿐이 아니다. 그는 상담 사례를 들어 “대부분 장애인 근로자는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간단한 업무라도 비장애인과 똑같은 생산성을 내긴 어려운데, 가끔 불량이 나오거나 실수를 하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인신공격이나 욕설을 하고 그걸로 모자라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몇 개월 겪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그만두거나, 고용주가 해고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용주가 장애에 대해 긍정적 생각을 갖고 채용해도 동료나 상사가 편견을 갖고 있으면 결국 차별받고 퇴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대부분 이렇게 상처를 받고 퇴사하면 다시 취업할 엄두가 나지 않아 결국 취직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사실 이런 인식의 문제를 개선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그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교육을 통해 많은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는 예산이 발목을 잡고 영세한 사업장에서는 자율적 시행이 어렵다 보니 개선책이 있어도 시행하기가 힘들다”며 “모든 사업장에서 최소 1년에 한 번은 인식개선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짧은 교육 한 번이 큰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재차 말했다.

“공식적으로 등록된 장애인만 쳐도 대한민국 인구의 10%입니다. 10%의 이익집단이라고 생각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에요. 교육을 통해 비장애인의 인식이 개선되고 고용률 뿐 아니라 고용 유지율도 높아지게 된다면 사회 전체에도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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