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일 오후 서울 마포역 부근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원통 미끄럼틀을 타기 위해 사다리에 오르고 있다. 옆에 있던 아이들의 부모는 보호 장치가 없는 미끄럼틀에서 아이들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5월 어린이 안전사고 805건으로 ‘最多’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어린이 놀이기구에 의한 안전사고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5월은 1년 중 야외활동이 부쩍 증가하는 달이라는 점에서 놀이기구 ‘안전불감증’ 논란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119 구조대가 최근 5년간 처리한 어린이 안전사고 8179건 중 5월에 발생한 사고가 805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6월이 769건, 8월 754건 순으로 나타났고, 사고가 가장 적은 달은 1월(523건)이었다.

또 한국소비자원이 2008년부터 2011년 3월까지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 접수된 어린이 놀이시설 관련 위해사례 2063건을 분석한 결과 2008년 328건, 2009년 686건, 2010년 903(132%)건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이들이 미끄럼틀에서 놀다가 발생한 사고가 가장 많았고, 위해 부위는 얼굴이 1위를 차지했다.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미끄럼틀 외에도 그네(22.7%), 정글짐 등 기어오르는 놀이기구(9.7%), 시소(8.6%)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고는 자칫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안전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1일 오후 가족과 함께 마포역 부근의 한 놀이터를 찾은 김광열(35, 남, 서울시 마포구 아현동) 씨는 “아이들과 자주 놀이터에 오지만 놀이기구에 대한 안전 보호 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아 계속 아이들의 안전을 살핀다”고 말했다.

김 씨는 “페인트칠이 다 벗겨져 녹이 슨 미끄럼틀, 한 쪽 줄이 끊어져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그네 등을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며 “하지만 몇 달째 수리조차 하지 않고 있어 아이들이 다치지 않을까 염려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소비자원이 서울 시내 36개 어린이 놀이시설의 안전실태를 조사한 결과 72.2%에서 놀이터 바닥이 파이는 등 손상되거나, 유리조각 등 위험물이 발견돼 아이들이 넘어질 경우 다칠 위험이 있었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유광섭(36, 남,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씨의 아들 연석(6) 군이 두 달 전 유리조각에 찔리는 사고를 당했다.

유 씨는 “낮에는 놀이터가 아이들의 놀이 공간으로 사용되지만, 밤에는 어른들의 이용 공간이 된다”며 “밤늦게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술병을 치우지 않고 그냥 가버린다. 그렇게 굴러다니다가 깨진 술병에 아이가 손을 다쳐 한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또 아이들이 우레탄이 깔린 곳에서 놀다 보면 바닥이 파이는데 이 곳(파인 곳)에 걸려 자주 넘어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어린이 안전사고와 관련해 관계전문가들은 ‘안전 체험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구조대책팀 이영팔 팀장은 “주의력이 떨어지고 활동량이 왕성한 어린이들은 항상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부모의 세심한 관심과 체험교육 등을 통해 안전수칙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올 초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놀이시설 안전관리 강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행안부는 안전관리 의무제도 개정으로 법 시행(2008년 1월 27일) 전 설치된 놀이시설은 2015년 1월 27일까지 안전성 설치검사를 연장해 주고 있다. 그 이후에 설치된 놀이시설은 의무적으로 설치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개정안이 마련됐음에도 법 제정만 돼 있을 뿐 관리 및 점검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어린이놀이시설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의무적으로 놀이시설을 점검해야 함에도 이를 행하는 사람이 없다. 놀이시설은 전국에 수천 개가 있는데 국가의 관리가 너무 소홀하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점검을 한 달에 1번씩만 해도 매년 12번이나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다”며 “국가적으로 할 수 없을 경우 안전지원기관에 업무를 하달해서 점검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설치된 놀이기구는 외국의 놀이기구를 기준으로 한 거라 우리나라 아이들의 신체 발달에 맞지 않다. 이 때문에 아이들이 놀이 기구에서 자주 떨어진다”며 “국내 아이들의 신체 발달을 고려해 놀이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놀이터 안에서 아이가 다치면 법적으로도 보호받을 의무가 있음에도 부모들은 사비를 들여 아이를 치료한다며 관리주체가 놀이터에서 발생하는 사고와 관련해 충분히 보상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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