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문제… “어디가면 살 수 있죠?”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지난해 10월 농림수산식품부는 ‘2011 우수 쌀가공제품 BEST 10’을 선정했다.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쌀이 30% 이상 함유된 제품 중에서 선정한다. 선정된 제품은 ‘해두루 쌀국수(대선제분)’ ‘쌀쫄면(칠갑농산)’ ‘컵볶이(영우냉동식품)’ ‘즉석 누룽지곰탕(세준F&B)’ ‘우리쌀 즉석 떡국(백제)’ ‘인절미 라이스볼(우리식품)’ 등 10가지.

그러나 문제는 소비자들이 이 제품을 쉽게 살 수 없다는 점이다. 요즘 마트나 편의점에 가면 예전보다 많은 쌀 제품이 눈에 띄는듯하지만 막상 선정된 제품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선정 제품 중에는 이전에 마트 입점이 이뤄진 업체의 제품도 있고 그렇지 않은 좀 더 영세한 업체 제품도 있다. 그런데 선정 후 몇 달이 지난 지금, 마트는 물론이고 인터넷에서조차 제품을 구매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판로 확보가 어려운 업체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예다. 심지어 선정된 업체 중에는 농식품부가 지난해 우수제품을 발표하기 전에 이미 대기업이 인수하기로 결정된 곳도 있었다.

한 업체의 관계자는 “선정제품들이 마트에 공동 입점하는 방안을 농식품부에 요청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며 “아마도 유통 때문에 겪는 어려움은 업체들 사정이 다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다른 업체들도 판로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중소업체들이 마트 진열대를 차지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전쟁’”이라며 “판매대에 한 자리 전시하기 위해 6개월이 걸린다”고 토로했다.

업체들은 특히 중소기업이 제품을 개발해 호응을 얻기 시작하면 대기업들이 모방 제품을 생산하면서 쉽게 시장에 들어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 “스타제품 키우고 시장안착 도와야”

화려한 판촉 행사를 진행하는 대기업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소비자의 눈길을 끄는 판매대에서 3~4줄을 차지하고, 반면 중소업체 제품은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대형할인점이나 판매점들이 취급조차 하지 않으려는 것이 현실이다. 업체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홍보활동을 지원해주고 방송사들도 정기적으로 좋은 제품을 소개하는 내용을 방영해 주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농협도 쌀 가공식품을 시장에 내놓은 후 실패를 맛 본 경험이 있다. 재작년 농협이 내놓았던 쌀 요구르트 ‘쌀요’는 현재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맛이 좋다는 평을 받았지만 대기업이 생산하는 제품과 판촉경쟁에서 이길 수 없었다.

농협 관계자는 “우린 이승기도, 김연아도 없어서…”라는 우스갯소리로 브랜드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표현했다. 이 관계자는 “쌀을 50~70%가량 함유한 다른 제품을 개발 중이지만 솔직히 시장 안착에 자신이 없다”며 학교급식 등 B2B 시장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그동안 쌀가공식품을 위한 기술개발에 힘쓰고 업체에 기술 이전도 많이 했지만 소비자가 제품을 살 수 있도록 유통을 지원하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며 “빙그레 바나나우유 같은 대표적인 ‘스타 제품’이 시장에 진입해 자생력이 생길 때까지는 유통업체와 MOU를 맺고 홍보를 지원하는 등 육성프로그램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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