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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ㆍ대선 맞물려 안방극장 ‘왕의 귀환’
성군 바라는 마음, 드라마 통해 투영돼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왕의 귀환’이라고 할 만큼 왕과 왕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뿌리 깊은 나무’ ‘광개토대왕’ ‘해를 품은 달’에 이어 ‘더킹 투하츠’ ‘옥탑방 왕세자’까지 왕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말 방영된 ‘뿌리 깊은 나무’는 시청률 25%(2011.12.22 AGB닐슨 제공)를 넘길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비록 조선시대 가상의 왕을 소재로 만들긴 했지만 ‘해를 품은 달’ 역시 시청률 42.2%(2012.03.15 AGB닐슨 제공)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들 드라마가 이토록 큰 사랑을 받은 이유는 비단 주인공들의 인기나 극 자체의 재미에만 머문 것은 아닐 것이다. 대중들이 사극, 그중에서도 성군(聖君)이 등장하는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작금의 시대상과도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사람들이 사극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로 “부조리한 정치, 사회 현실을 극명하게 반영하는 데 있어 과거의 역사적 사실과 인물을 소재로 하는 사극보다 효과적인 장르는 없다”고 평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사극은 현실의 부조리함을 시원하게 꼬집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소명의식 가진‘ 세종’
부패한 신진세력 척결하고
똥지게까지 짊어질 줄 알아

◆백성은 성군을 원한다
조선왕조는 50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왔다. 한 왕조가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일각의 순간까지 백성의 마음을 살피고, 나라의 안녕을 걱정하는 것을 천명(天命)으로 여기던 성군(聖君)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의 대표적인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대왕 역시 ‘백성의, 백성에 의한, 백성을 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종의 리더십이 각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말, 세종의 훈민정음 반포를 앞두고 집현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다룬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가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유도 별반 다르지 않다. 괴리감과 위엄만이 느껴지는 딱딱한 왕이 아닌 ‘친근함’이 느껴지는 왕 세종을 다뤘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세종은 썩을 대로 썩은 대신들과 신진사대부들을 향해 “우라질”이라 말할 수 있었던 왕이었으며, 똥지게까지 직접 짊어질 줄 알았다. 특히 사대부들의 반발 속에서도 한글창제를 밀어붙여 서민과 소통하려 했다는 것은 백성의 마음을 살피는 왕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같이 세종은 백성들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알았으며, 백성들에게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주고자 여러 정책을 펼쳤다. 곧 ‘백성이 나라의 근본’임을 잠시도 잊지 않았고 스스로를 백성을 위해 하늘이 대신 심부름꾼으로 보냈다는 소명(召命)의식을 가진 성군이었던 것이다.

가상의 왕을 소재로 한 퓨전사극이지만 ‘해를 품은 달’의 왕 ‘이훤’ 역시 권위와 압제와는 거리가 먼 인물로, 백성의 입장에서 먼저 정사를 살필 줄 아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왕으로 그려졌다. 조선 최고의 지도자이자 왕이었지만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남용하는 것이 아니라 외려 자신의 위치와 신분을 도구로 삼아 백성의 안녕을 돌아보는 것을 소명으로 생각하는 인물이었다.

이 외에도 우리네 역사 속에는 백성을 위한 애민정책을 펼쳤던 왕들이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질곡의 역사 가운데서도 태평성대가 있었고, 백성들의 우러름을 받는 왕이 있었으니, 지금처럼 나라가 어수선한 이때에 대중문화로 성군을 그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문화현상일지 모른다.

▲ 왕을 소재로 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왼쪽)’와 ‘해를 품은 달’. (각 드라마 홈페이지 캡처)

퓨전사극 해품달‘ 이훤’
부드러운 카리스마 가진 왕
신분 도구삼아 백성 돌아봐

◆바라는 지도자상, 대중문화로 표출
왕권시대 백성들에게 최고의 왕은 백성의 마음을 살피고 태평성대를 이뤘던 왕이라면,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지도자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얼마 전 끝난 4.11총선의 투표율이 54.3%에 그쳤다. 많은 이들이 작금의 정치현실을 걱정하고, 변화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그 변화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는 투표율은 의외로 저조하다. 아무래도 현 정치인 중에서는 성군이 될 만한 요건을 갖춘 인물을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투표를 외면한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대중들은 TV 드라마를 통해 지나간 역사 속의 성군을 보면서 이러한 지도자가 현세에도 나타나길 고대하며 보기 때문에 왕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뜨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총선이 끝나 이제는 올해 대선을 남겨두고 있다. 민중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민중과 함께 변화된 세상을 만들어가는 세종의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가 나오길 대중은 원하고 있다. 현재는 우리가 안방에 앉아 텔레비전 속 ‘왕의 귀환’에 열광하는 시청자의 입장에 있지만 이것이 실제 ‘왕의 귀환’으로 맞이하게 될 날을 소망하며, 성군을 다룬 또 다른 사극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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