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이재철, 부·지혜 상징 ‘솔로몬’ 주제로 대담

[천지일보=손선국 기자] 지난 26일 서울 합정동 양화진문화원에서 이어령(이화여대 석좌) 교수와 이재철(100주년기념교회) 목사가 성경에서 부와 지혜를 상징하는 인물인 ‘솔로몬’을 주제로 대담을 가졌다.

이재철 목사는 이날 기조발언에서 “솔로몬 왕은 성서 역사상 가장 지혜로운 인물이었지만 말년은 가장 반 지혜적인 인물이 됐다”며 “이는 부친 다윗의 유언대로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지 않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성경에서 솔로몬은 이스라엘 2대 왕으로 초기에는 겸손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며 나라를 다스렸지만, 결국 이방의 우상을 허용하며 백성들로 우상을 숭배하게 하는 죄를 범해 하나님께 벌을 받아 이스라엘 역사상 초유의 분단을 하게 만드는 왕으로 그려진다.

이 목사는 이어령 교수에게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지혜’는 어떤 것이겠느냐고 물었다. 이 교수는 세상에서 말하는 지혜와 성경에서 말하는 지혜는 차원이 다르다는 전제를 깔며 말문을 열었다.

이 교수는 “하나님의 지혜는 세속에서 말하는 국어사전적 의미와 다르기에 성경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솔로몬이 하나님께 받은 지혜를 세 가지로 분석했다. 이 교수는 ‘신의 권능=지혜’라는 공식을 이용해 “하나님의 지혜는 천지창조의 힘, 선악을 심판하는 힘, 영과 생명의 힘을 가지고 있다”며 “이 세 가지가 나(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있다는 것을 알 때 비로소 신앙인과 비신앙인이 갈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선악을 심판하는 힘은 오직 하나님께 있음에도 기독교인들이 아무나 가리켜 ‘사단’이라며 정죄하고 있다”며 “이는 마치 어린아이에게 총칼을 쥐어준 것과 다름이 없다”고 꼬집었다. 인간은 심판할 능력이 없는 데도 정의로운 채 한다는 의미다. 그는 요즘말로 ‘하극상’에 해당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하나님의 지혜를 가진 자는 하나님과 같이 선악을 심판할 수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또 이러한 지혜는 결코 사람의 노력으로 얻을 수 없고, 하나님이 주셔야만 얻을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 교수는 열왕기상 3장 9~10절에 나온 솔로몬의 기도를 예로 들어 “솔로몬은 주의 많은 백성을 재판할 수 있도록 선악을 분별하는 지혜를 구했기에 하나님이 구하지 않은 부와 명예도 덤으로 주셨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오늘날 신앙인들은 하나님의 뜻대로 기도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어떻게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이재철 목사는 “솔로몬은 지혜가 사람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위로부터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을 알았다”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순종하려는 마음이 없이는 성경에서 말하는 지혜를 얻을 수 없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이어령 교수는 “지혜와 지식은 다르다. 최고의 학문기관이라는 대학에서 지식은 가르쳐도 지혜는 못 가르친다”면서 지혜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지식이다, 지혜다 하는 것들이 다 성경과 연관이 돼 있다”며 “인류문명에 중요한 것은 지혜”라고 강조했다.

현대는 첨단 기기를 통해 정보와 데이터가 넘쳐나기 때문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한다’는 속담과 같이 지혜를 통해 이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그는 “오늘날 기독교 또한 사람의 지능이나 논리철학으로 하나님의 지혜에 접근하려 하면 안 된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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