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내 머리숱이 언제 이렇게 없어졌지?” “나도 당신 샴푸 써볼까?” “비듬은 언제 이렇게 생긴 거야.” 잦은 야근과 매번 있는 술자리에도 매끈하던 우리 아버지의 피부는 어느새 거친 나뭇결처럼 푸석푸석해졌다. 윤기 있던 머리카락도 갈라지고 가늘어진 지 오래. 그러고 보니 유행했던 남배우 헤어스타일을 따라 했다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에 3일 만에 원래대로 바꾼 적도 있었다. 30년 전 장발을 하고 통기타를 어깨에 멘 사진 속 아버지는 생기와 자신감이 넘쳤었는데…. 이미지 변신으로 아버지에게 예전의 자신감을 되찾게 해 줄 방법은 없을까?

 

▲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예슬·이솜 기자] “저는 제 머리카락이 빠지는지도 몰랐습니다. 어느날 나보다 키 큰 사람이 내 머리를 내려다보고 말해줘서 그제야 알았죠. 하하.”

젊은 시절 금융계통에서 일하다 시인으로서 제2의 삶을 멋지게 보내고 있는 표천길(55, 남) 씨. 유머러스하기까지 한 그에게서 베이비붐 세대가 겪는 무력감이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막 본격적인 사회생활에 접어든 아들이 정성들여 머리모양새 만지는 것을 볼 때면 한 움큼 머리카락이 빠져버린 자신의 모습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아들이 머리에 왁스를 바르고 고슴도치처럼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세우는데 저는 머리카락이 가늘어서 엄두도 안 나더라고요.”

그렇다고 표 씨가 예전부터 머리스타일 꾸미기에 신경쓰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표 씨는 “1978년도에는 장발 단속이 있었지만 그래도 하고 다녔다. 그때는 장발을 안 하면 왕따를 당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젊은 시절 회사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외모에 신경을 썼다”고 회상했다. 표 씨는 “그러나 사는 게 바쁘고 힘들다 보니까 어느 순간 꾸미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제는 샴푸를 사용한 후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훌훌털어 드라이하고 빗질하는 게 전부다. 아내가 쓰는 기능성 샴푸마저 쓰는 데 눈치가 보인다는 그다.

현재 한 달에 한 번 정도 동네 미용실에서 이발한다는 그는 가끔 스타일을 내야 할 때가 있어 애를 먹는다고 말한다. “시인이기도 하지만 어르신들을 위해 마술쇼도 하러 다닙니다. 그래서 때론 멋있고 젊게 보여야 합니다. 그런데 감을 잊어버려서 드라이한 뒤 스프레이를 잔뜩 뿌려 앞머리를 올리는 게 제가 하는 전부죠.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어설픈 ‘김무스’ 같다고나 할까요? 하하.”

이러한 중년남성의 고민을 안은 표 씨와 함께 지난 5일 박준 뷰티랩 청담본점을 방문했다. 표 씨를 비롯해 중년남성도 머리스타일을 바꾸면 이미지 변신에 성공할까. 질문을 가장한 의문에 ‘그렇다’는 대답이 청담본점 순이 원장으로부터 되돌아왔다.

이날 오전부터 필드에서 손님들의 머리에 스타일을 내주던 순이 원장은 표 씨에게 먼저 샴푸 사용법과 기능에 대해서 꼼꼼히 일러주었다. 순이 원장은 “(표 씨의 머리를 만진 뒤) 두피가 건조하고 딱딱하다. 보통 이 나이 때 남성의 두피 상태다”면서 “이는 혈액순환이 안 돼서 그렇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몸이 피곤하다거나 잦은 음주, 흡연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성도 아무 샴푸나 쓰기보다는 자신의 두피상태를 파악해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순이 원장에 따르면 두피가 딱딱하고 건조한 중년 남성의 경우 모근까지 영양이 갈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특히 중년 남성은 모발이 얇아지고 약해져 빠지기 쉽다. 이럴 때는 탈모 라인의 샴푸가 건강한 두피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샴푸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머리 감는 방법이다. 남성의 경우 머리가 짧다 보니까 대충 감는 경향이 있는데 이때 샴푸만 다 제거해줘도 탈모가 예방될 수 있다. 순이 원장은 “습관을 들여 두피나 머리를 관리해주면 당장에는 효과가 없을지 몰라도 1~2년 뒤에는 확실히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표 씨는 “아내도 나이가 들면서 좋은 샴푸를 사용한다. 샴푸에 신경을 안 썼기 때문에 아내가 쓰는 제품을 사용할 땐 눈치를 보며 ‘한 번만 (샴푸) 펌프질 할게’라고 말하고 사용하곤 했다. 이제는 나만의 샴푸를 가져야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샴푸를 한 뒤 농담을 하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던 표 씨지만 막상 가위를 든 순이 원장 앞에서는 작아졌다. “선생님 제 머리스타일도 바꿀 수 있을까요?” 순이 원장은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표 씨에게 자신감을 준 뒤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이날 순이 원장은 표 씨에게 이전과는 다른 커트를 선보였다. 커트한 뒤에는 커트 형태를 살려서 스프레이로 표 씨의 머리를 마무리 지었다. 머리스타일이 변하자 안 그래도 큰 표 씨의 눈이 더 휘둥그레졌다. “선생님, 꼭 영화배우가 제 앞에 있는 것 같아요. 이발한 것만으로도 훨씬 젊어 보이네요. 외모가 젊어지니 글도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순이 원장은 “남성들도 이전에 비해서 훨씬 미용실을 많이 찾는다. 오늘만 해도 손님의 성비가 1:1이다. 혼자 오기 멋쩍다면 가족이 주말을 이용해 함께 와도 좋을 것”이라고 팁을 던졌다. 아울러 “왁스를 소량 덜어내서 손바닥 전체에 다 비빈 후 사이드를 먼저 바른 후에 남은 것으로 윗부분을 발라주면 좋다”는 세심한 조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표 씨는 “처음에는 ‘커트만으로 얼마나 이미지가 달라질까’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내가 봐도 확실히 달라졌다. 이번 기회를 통해 50대도 외모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기분 좋게 헤어샵을 나선 그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던졌다. “집에 가면 아들과 부인이 나를 못 알아볼 것 같아요. 먼저 셀카를 찍어서 카카오톡에 올려야겠어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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