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오후 서울역 부근 무료 결핵검진 부스에서 노숙인들이 결핵 검진을 받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취약계층 결핵환자 비율 일반인의 ‘7배’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폐결핵에 걸린 노숙인들이 서울 시내에 무방비로 방치돼 있다. 서울시가 올해로 6년째 ‘거리 노숙인 무료 결핵검진’을 실시하고 있지만 결핵에 걸린 노숙인에 대한 장기적인 치료가 100% 이뤄지지 않고 있어 ‘감염통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오후 서울역 부근 무료 결핵검진 부스. 200여 명의 노숙인들이 무료 결핵검진을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무료 결핵검진을 실시한 23~24일 이틀 동안 이곳에 다녀간 노숙인은 총 409명이다. 이 중 57명이 결핵 의심환자로 판명돼 결핵 전문병원인 서북병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한 상태고, 세 명은 결핵환자로 확정돼 입원 조치했다.

하지만 이렇게 병원을 통해 치료를 받기 시작해도 일부 노숙인은 치료를 포기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병이 다 낫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니 또 다른 감염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복지건강실 자활지원과 심상오 팀장은 “결핵에 걸린 노숙인을 병원 입원시켜도 치료를 다 받지 않은 상태에서 나가기도 한다. 통원치료를 하는 사람들은 약을 빠뜨려 먹기도 한다”며 “이들에게 숙소나 식사를 제공해 치료를 받도록 하지만 강제적으로 할 수 없어 애로사항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노숙인 “걸어 다니는 폐결핵 환자에 ‘불안’”
2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취약계층 결핵 검진자 4만 2763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 결과 활동성 폐결핵이 80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187명의 유병률을 보였다. 노숙인의 경우 10만 명당 결핵 유병률은 620.9명으로 일반인의 7배에 달했다.

결핵은 2009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사망 원인 순위별 추이에서 10대 사인에 들 만큼 매우 심각한 질환이다. 인체 어느 곳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전염성이 있으며, 폐에 균이 가장 잘 침범하기 때문에 폐결핵이 가장 많다.

초기에 결핵약을 6개월 정도 꾸준히 복용하면 완치될 수 있으나, 방치하면 매년 10~15명을 감염시킬 수 있는 ‘슈퍼 스프레드(Super Spread)’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당국의 적극적인 환자 발견, 복약지도, 상담, 교육 등이 필요하다.

이에 시는 지난 2006년부터 매년 2회씩 거리 노숙인을 위한 이동 결핵검진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무료 결핵검진에 대한 일부 노숙인들의 반응은 긍정적인 입장이다. 일용직을 하는 최순식(55, 남,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씨는 “내 몸에 결핵이 있는지, 없는지 검사할 수 있어 좋다”며 “1년에 두 차례 검진할 수 있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아 편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폐결핵으로 확정된 환자의 경우 병원에서 치료를 다 받지 않고 다시 노숙생활을 하고 있어 노숙인들 사이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20년 전 폐결핵에 걸렸지만 꾸준히 치료를 받고 병이 완치된 이상덕(가명, 47, 남) 씨는 “폐결핵은 걸려본 사람만 안다.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빨리 완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노숙인을 위한 무료 급식소를 폐결핵 환자가 이용한다는 소문을 듣게 돼 굉장히 놀랐다”며 “식기나 물컵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혹시나 전염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무료 진료소 확대, 노숙인에 대한 꾸준한 관심 필요”
관계 전문가들은 폐결핵을 앓는 노숙인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무료 진료소가 늘어나야 하고, 노숙인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정복지관 만나샘 박진우 사회복지사는 “노숙인들은 한 곳에 오랫동안 정착하지 못하기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굉장히 힘들어 한다”며 “일반인들이 노숙인을 꺼릴 경우, 노숙인도 마음을 닫는다”고 말했다.

이어 “노숙인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치료받을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야 하며, 노숙인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이 사라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나경임 보건연구사는 “미국 등 해외에서는 폐결핵을 앓는 노숙인에 대한 치료를 꾸준히 한다”며 “우리나라도 모든 노숙인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한 사람도 포기하지 않아야 하며, 관계자들끼리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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