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권 (주)농민사랑 회장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5분도쌀에는 우리 몸에 좋은 영양소가 많이 들어 있어요.”

우리 쌀의 소중함을 외치며 ‘5분도쌀’의 우수성을 적극 알리는 이가 있다. (주)농민사랑의 김정권(70) 회장이다.

지난 13일 오후 기자가 김정권 회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강서구 화곡동 주택가에 자리 잡은 ‘농민사랑’의 문을 열자 농촌의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이곳에서 즉석으로 도정하는 ‘5분도쌀(쌀 겨층의 절반만 벗겨 쌀눈이 남아 있도록 도정한 쌀)’ 냄새였다.

사무실 한쪽에 자리 잡은 김 회장의 책꽂이에는 역사와 문학작품, 그리고 쌀에 관한 자료집이 가득했다. 5분도쌀이 한국인의 건강에 얼마나 좋은지, 우리 역사 속에서 조상들이 어떻게 쌀을 섭취했는지 등을 연구한 흔적이었다.

“봄에 볍씨를 뿌리고 여름 내내 길러 가을에 추수해 가공하기 전 쌀을 ‘벼’ 혹은 ‘나락’이라고 해요. 이 벼를 1차 도정해 맨 바깥 껍질인 왕겨를 벗겨내면 검푸른 색의 알맹이가 나오는데 그게 ‘현미’입니다.”

현미는 쌀겨층이라고 부르는 속껍질, 배라고 부르는 씨눈, 흰 알맹이인 배젖(배유) 등 3개 부분으로 나뉜다. 현미를 도정해 속껍질과 씨눈을 제거한 쌀이 ‘백미’이다.

현미를 계속 도정하면 속껍질과 씨눈이 조금씩 깎인다. 현미 다음이 5분도미, 그다음이 7분도미, 9분도미, 마지막이 백미다. 현미가 0분도미라면 백미는 10분도미라고 할 수 있다.

“쌀눈에는 쌀이 가지고 있는 모든 영양소의 66%, 미강(쌀겨)에는 29%, 하얀 백미에는 5%가 있어요. 보통 사람들은 백미를 먹죠? 5%의 영양소만 섭취하고 있는 거예요.”

반면 쌀겨만을 제거한 현미는 비타민, 미네랄 등이 많이 남아 있어 백미에 비해 영양가가 높다. 하지만 단단한 쌀겨층으로 싸여 있어 소화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며 흡수 이용률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한 것이 바로 5분도쌀. 5분도쌀에는 외관상 현미와 백미의 중간 정도의 쌀로 밥맛은 현미에 조금 더 가깝지만 현미보다 부드럽다.

또한 현미에 있는 쌀눈과 미강을 살려 도정했기 때문에 섬유질도 풍부하다. 이 때문에 변비나 비만이 있는 사람에게는 아주 도움이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기자에게 5분도쌀의 효능을 알려주고 싶었는지, 그는 입고 있던 정장 바지의 허리 부분을 양손으로 쭉 잡아당겼다. “이것 보세요. 2년 반 전에 78킬로였는데 그새 10킬로나 빠졌어요. 5분도쌀만 먹었을 뿐인데…. 진짜 바지 헐렁하죠? 하하.” 눈으로만 봐도 바지의 허리 치수가 절반가량 줄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어 김 회장은 혈압 등 성인병을 앓는 사람에게도 5분도쌀이 매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혈압 등 성인병이 있는 사람은 피를 맑게 해야 해요. 5분도쌀이 바로 이 역할을 해요. 쌀에 있는 미강이 자기 중량의 32배의 불순물을 흡착하기 때문이에요.”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해 모든 비누에도 쌀겨가 들어가고, 지저분한 바닥을 청소할 때도 쌀겨를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천소래야(天所來也)’. 옛날 주나라 때 기록된 말이죠. 하늘에서 쌀이 내려왔다는 뜻이에요. 사람에게 ‘생명과 힘’을 주기 위해서죠. 철새가 우리나라에 와서 벼 이삭을 먹고 천리를 날아가는 것처럼 우리 조상들도 추수한 쌀을 먹으며 어려운 시절을 이겨냈어요. 우리 역시 쌀을 먹고 힘을 내죠. 밥 한 공기에 5000개의 쌀이 들어가는데 이걸 먹으면 적어도 7킬로는 움직일 수 있어요.”

그러나 그는 사람들이 이 같은 쌀의 소중함을 모르고 함부로 버린다며 안타까워했다.

“하나의 쌀알에는 농민의 피와 땀, 정성이 깃들어 있어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쌀을 버리는 걸 당연하게 생각해요. 식당에서 밥을 한 숟가락만 먹고 전부 다 버려요. 4천만 명이 밥을 먹는다고 가정할 때, 한 사람이 쌀 한 톨을 버리면 총 4천만 톨이에요. 계산해보면 총 8000그릇이죠. 그걸 모르고 그냥 버리는 거예요. 엄청난 낭비죠.”

그의 설명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그리고 우리 삶 속에서 쌀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쌀의 소중함을 알고, 가정에서 먹을 쌀을 스스로 준비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가정이나 마을에 소속된 모든 사람이 자기가 먹을 쌀을 스스로 준비하는 운동을 가질 계획이에요. 쌀은 기호식품이 아니라 필수식품이죠. 날씨에 영향을 받거나 쌀 생산량이 줄어들 경우 쌀 가격이 매우 비싸져요. 귀중품을 다 팔아도 (쌀을) 사지 못할지도 몰라요. 수입을 해도 가격이 엄청 비쌀 거예요. 지금부터라도 사람들이 쌀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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