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문대성 사건이 터지면서 박사 학위에도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남의 논문을 베껴 쉽게 따는 ‘가짜박사’와 각고의 노력으로 박사모를 쓰는 ‘진짜박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맨 처음 둘을 분간하기는 쉽지 않다. 일반인들이 식별하기는 불가능하며 전문가에 의뢰해야 겨우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학계에서도 논문 표절에 대한 제도적 장치마련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만약 문대성의 경우 국회의원에 출마하지 않았으면 공개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경영학, 의학 등에서 논문표절 시비가 많았으나 체육계에서 본격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문대성이 처음이다. 문대성의 논문표절이 오늘날 문제가 되고 있지만 체육계에선 각고의 노력으로 일궈낸 진짜박사 학위도 새삼 재조명 받으면 좋을 성 싶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 올 2월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딴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김소희(36)는 경기인출신 박사가 도매금으로 매겨지는 것에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딴 김소희는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상당히 힘들게 스포츠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학위 논문제목은 ‘진성 리더십이 스포츠 팀리더에 대한 태도 및 팀 효과성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진성(Authentic) 리더십’이란 세계적인 경제 위기와 맞물려 최근 등장한 리더십 이론으로, 리더의 자질과 품성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인데 스포츠 현장에서 실제 적용하느라 무진 애를 먹었다는 것이 그의 얘기였다.

김소희는 현역에서 은퇴한 뒤 미국 유학길에 오르는 등 학업에 열중하면서 박사논문을 준비했었다.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준비했던 것은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공부에서도 남다른 자세를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박사학위 코스웍과 논문 발표, 집필 등으로 이어진 3년여간은 선수 때에 못지않게 긴장과 정신적 피로도가 가중된 시간이었다. 올바른 논문 한 편을 쓰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김소희는 “운동을 했다고 공부를 잘 못한다는 얘기를 가장 듣기 싫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도 힘이 들었지만 공부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때로는 좌절과 방황도 했지만 끝까지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박사학위를 마칠 수 있었다”며 “문대성 사건으로 경기인 출신이 각고의 노력으로 따낸 박사학위 자체가 매도되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문대성의 논문표절 문제를 체육계 전체의 문제로 보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 안타까움과 우려를 금치 못하는 것이다. 김소희는 서울대 스포츠 산업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대학교수의 꿈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태권도에서 금메달을 딴 문대성은 주위의 기대감 속에 교수의 길을 너무 쉽게 생각한 나머지 졸속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집필하지 않았나 싶다. 잘생긴 외모와 출중한 경기력으로 일약 국민적인 스타로 떠올랐던 문대성은 자신의 인기를 등에 업고 모교인 동아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교수직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박사학위에 도전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무모한 계획과 단견은 논문 표절이라는 악재를 낳았고 급기야 올림픽에서 쌓았던 명예를 일순간에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문대성의 논문심사 관리는 박사학위를 수여했던 국민대와 교수로 채용했던 동아대에게 우선적인 책임이 있을 수밖에 없다. 국민대는 금명간 박사학위논문 재심사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며 동아대는 국민대의 심사결과를 토대로 교수 해임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우리 체육계서도 문대성 사건을 계기로 학업의 윤리적인 측면에 좀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논문을 표절하지 않거나, 성실한 자세로 연구활동에 임하고 시험시 부정행위를 하지 않는 학업 분위기가 정착되어야한다. 세계 10위의 스포츠 강국에 올라선 국격에 걸맞게 스포츠계의 품격도 올바른 학업 윤리로 높여 나가야 한다. 김소희와 같은 진짜박사가 사회적 귀감이 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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