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면 다루면 아이들에게 도움돼”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우리 아이들이 교과서를 본다면 많은 상처를 받을 것 같아요.”

개정 교과서 내용을 접한 이주여성 돈나벨 카시퐁(40, 필리핀), 안순화(47, 중국), 단가옥(36, 중국) 씨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모두 초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여성들이다.

이들은 개정 교과서에 수록된 내용이 초등학생들에게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을 갖게 하는 것 같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교과서 4학년 2학기 ‘읽기’에 수록된 ‘걱정마’라는 시를 읽은 안 씨는 “얼굴이 까맣고, 김치를 못 먹고, 알림장을 못 읽고, 말이 안 통해 그냥 웃고 지나간다는 말은 어른인 내가 들어도 부정적인 인상만 남는다. 한창 아이들이 어울릴 시기인데 교과서를 본 후 대놓고 (다문화 가정 자녀를) 놀리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단 씨도 안 씨의 말을 거들었다. 그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주여성이면 보통 한국에서 7~8년은 살았을 거다. 간단한 한국말로 적혀있는 알림장을 못 읽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김치를 못 먹는 한국인을 많이 봤다. 또 한국인 역시 외국에 가면 못 먹는 음식이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교과서 내용에서 ‘얼굴이 까만 나영이 엄마는 필리핀’이라는 대목을 접한 돈나벨 씨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아들이 학교 친구에게 “넌 왜 그렇게 얼굴이 까매? 더러운 물로 씻었어?”라는 등의 놀림을 받아 상처받은 적이 있기 때문.

그는 “아이들이 다문화 가정을 접한 뒤 신기해하거나 흥미를 가질 만한 내용이 교과서에 담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실제 돈나벨 씨는 다문화 가정의 좋은 면을 아들 친구들에게 보여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아이 생일날 친구들을 집에 초대한 뒤 바나나 등을 활용해 필리핀 음식을 만들어 줬다. 그러자 어색해하던 아이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돈나벨 씨는 “우리 아이 친구들이 ‘우리 엄마는 이런 거 못 만든다’면서 아들을 부러워했다. 우리 아이 또한 엄마를 더 자랑스러워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이처럼 좋은 면들을 교과서에 많이 실어달라”고 말했다.

안 씨도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교과서뿐 아니라 공익광고에서도 한국 사람과 이주민 생각이 완전히 다르게 표현된 부분이 많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교과서나 광고 등을 제작할 때 다문화 가정이나 다문화 단체 관계자를 동참시켜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주여성모임 대표로 있는 안 씨는 한국에 교사들이 사용할 체계적인 다문화 교재가 없어 회원들과 ‘우리는 하나-이웃언어, 문화알기’ 몽골과 중국편 교재를 발간하기도 했다.

그는 “외국인과 한국인의 공통점, 이중언어 사용 등 다문화 가정의 긍정적인 면을 많이 다루면 아이들만큼은 서로 하나가 돼 어울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진정한 다문화 사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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