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요셉(한교연) vs 홍재철(한기총) 대표회장
한기총, 한교연 참여 주요인사 제명 ‘복수혈전’

[천지일보=손선국 기자] 한국교회연합회(한교연)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 “각기 1년만 대표회장을 하고 다시 합치자”고 제안했지만 돌아온 건 ‘제명’이라는 심판뿐이었다.

한기총 홍재철 현 대표회장 체제에 반기를 들며 20여 교단이 창립한 한교연(대표회장 김요셉)은 지난 19일 서울 연지동 여전도회관에서 첫 임시총회와 아울러 대표회장 취임예배를 갖고 새로운 연합기구로서 발동을 걸었다.

그러나 김 대표회장은 행사 후 교계언론들과 인터뷰에서 “한기총과 한교연은 다시 하나돼야 하며 한국교회를 위해 같이 어우러져야 한다고 (홍재철 대표회장에게) 몇 차례 말했다”면서 한기총과 다시 하나 될 것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서로 불완전하지 않느냐. 두 기구에서 1년 임기를 마치고 내년쯤 합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 대표회장은 앞서 취임사에서도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교연은 어떤 분열도 하지 않으려는 대표자들의 뼈를 깎는 아픔이 있었다”며 한교연 창립으로 제기된 분열 우려에 대해 해명했다.

하지만 같은 날 한기총은 임원회와 실행위를 열고 한교연에 참여한 주요인사를 제명하는 ‘복수혈전’을 벌였다. 이날 한교연 대표회장 김요셉(예장대신) 목사를 비롯해 유중현(예장백석), 조성기(예장통합), 한영훈(예장한영), 최귀수(예성) 목사 등 9명을 제명했다고 한기총은 전했다.

한교연 창립의 시발점은 지난해 7월 7일 한기총 특별총회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기총 개혁을 위한 특별정관을 만들었지만 한기총 임원회에서 이를 다시 개악했다.

한국교회의 연합 도모와 대표회장 권력독점을 막는다며 채택한 ‘대표회장 교단순번제’와 ‘1년 단임제’를 임의로 폐기한 것이다. 이에 가장 먼저 반기를 든 곳이 예장통합 박위근 총회장과 조성기 사무총장이다. 이어 예장백석 유중현 총회장 등이 뜻을 같이했다.

이들은 “정관 개악은 ‘크든 작든 모든 교단에서 돌아가며 대표회장을 선출하자’는 한국교회 연합정신을 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20여 교단이 모여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 유중현)’를 조직해 집행부에 맞섰지만 집행부는 결국 7.7특별총회 정관이 아닌 개정한 정관으로 홍재철 목사를 차기 대표회장에 당선시켰다. 교단순번제에 따르면 길자연 직전대표회장과 같은 교단인 홍 목사는 대표회장에 출마할 수 없었다.

이밖에도 홍 목사는 한기총 공동회장 자격에 논란이 제기됐으며, 허위학력 등 의혹을 받고 있었다. 이에 비대위가 재선거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마침내 한기총은 두 쪽으로 갈라지게 된 것이다.

한교연 창립에 대해 한기총은 ‘이탈자’ ‘불법단체’ 등으로 규정한 반면, 한교연은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기구’라며 입장차를 보였다. 앞서 교계에선 한기총의 분열을 막아야 한다며 한기총 명예회장단과 미래목회포럼 등이 나서서 중재안(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각 교단 총회가 9월에 있으니 그때까지 심사숙고하고 의견을 모아 진행하는게 좋겠다”며 “너무 성급하게 서두르다 보면 이후 분열의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예장통합 주요 인사들도 잇달아 성명을 내고 “현재의 한기총을 그대로 두고 새로운 기구를 만들면 분열의 책임은 결국 우리 교단이 뒤집어쓰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한기총 정상화를 명분으로 (새로운 기구에서) ‘자리 나눠먹기’밖에 안 된다”고 경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교연 설립총회 시 의장을 맡기로 했던 유중현 총회장과 선거관리위원장 임무를 수행하기로 했던 박위근 총회장이 사퇴의사를 밝혔으나 총회 당일 다시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단체 창립에 있어 ‘개국공신’이 됐다. 이들에게는 지난 19일 첫 임시총회에서 공로패가 수여되기도 했다.

한편 한기총 홍재철 대표회장이 취임 시 “반대파를 끌어안고 대화와 포용으로 나가겠다”고 했지만 이와 반대로 강경책을 펴고 있어 ‘두 동강이’ 난 한기총의 원상회복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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