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장애인 교육권 및 특수교사 법정정원 확보를 위한 결의대회가 서울시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가운데 한 특수교육과 학생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장애인의 날이 전혀 반갑지 않다”

[천지일보=이솜 기자] 국민이 장애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장애인의 날이 20일로 32회째를 맞았다. 그러나 차별에 맞선 장애인들의 투쟁은 여전히 거리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먼저는 장애 학생 교육의 문제가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전국에서 예비 장애인특수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장애인 교육권 확보’를 외쳤다. 장애인 특수교육학과 학생들과 장애인 부모 등으로 이루어진 장애인교육권 및 특수교사 법정정원 확보를 위한 연대회의는 이미 두 차례 모여 결의대회를 개최했으며 1인 시위도 진행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전국 국·공·사립학교의 특수교사 법정정원 확보율은 68.5%(법정정원 1만 9701명 중 현재 1만 3447명)에 불과하고 이는 일반학교의 법정정원 확보율(유치원 73%, 초등 89%, 중등 80%)보다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이들은 “특수교사 부족 문제는 특수교육기관의 과밀학급을 부추기게 되고 부족한 특수교육기관을 확충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비판했다.

교육부문 중에서도 청각장애아동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 김세식 회장은 “장애인의 날이 전혀 반갑지 않다”며 “영화 ‘도가니’에서 나타났듯이 청각장애 학생의 교육이 아직도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들의 이동권, 문화권 등 접근성도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4.11 총선에서도 장애인들의 접근성은 취약한 편이었다. 총선에 앞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에 설치된 2218개 투표소 중에 지하나 2~3층에 투표소가 설치된 곳은 473개소. 이 중 103개소에는 승강기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이 중 52개소는 이동통로가 확보되지 않아 장애인의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특히 지하철 엘리베이터의 확대를 외친 지 10년이 넘었으나 아직도 엘리베이터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부분적으로 설치돼 있어 리프트 이용을 피할 수 없는 역들이 있다. 이뿐 아니다. 남녀공용으로 설치된 장애인화장실과 장애인 소변기 앞 휠체어 공간 부족,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의 넓은 틈새 등은 장애인들이 지하철 이용을 꺼리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휠체어를 이용한 지 2년이 됐다는 김대일(34, 남, 인천시 부평구 갈산동) 씨는 “지하철을 이용할 때 아직도 위험한 일들이 많다”며 “비장애인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혼자서 타기 힘든 구조”라고 토로했다.

장애인, 언제까지 뿔나 있어야 하나… 전국서 차별철폐투쟁

저상버스의 수도 턱없이 적다. 서울시가 저상버스를 2014년까지 2배 가까이 늘릴 것을 밝혔으나 지방버스와 마을버스를 대상으로 하는 저상버스 도입은 아직도 취약하다.

한편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서는 장애인들이 지난 3월 말부터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이들은 “장애인을 의료적으로 분류해 등급을 나눠놨다”며 “등급을 매겨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장애등급제 폐지를 주장했다.

이들은 이와 함께 ▲부양의무제 폐지 ▲발달장애인법 제정 ▲탈시설-자립생활 지원대책 수립 등을 주장하며 서명을 받고 있다.

한편 장애인의 날인 20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서울 보신각에서 정부의 장애인의 날 행사에 대응해 별도의 ‘장애인차별철폐 결의대회’를 연다.

이날 모인 97개의 장애·사회·노동·인권 단체는 앞서 밝힌 요구들과 관련된 투쟁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사)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오용균 회장은 “어떤 기관에 가든지 장애인이 오면 다들 겁을 먹거나 불편해 한다”며 “외형적인 것들은 많이 변했으나 장애인들을 인간적으로 보기에 앞서 수혜 대상자인지 아닌지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등 아직도 편견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는 생각의 장애에서 벗어나야 장애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 깨달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형식적인 시설과 정책 등으로 장애인들은 또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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